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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통시장 460곳 누빈 ‘장돌뱅이’ 교수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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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장흥섭 교수가 10년 전 베트남 호치민 빈떠이 시장에서 구입한 목각인형을 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장흥섭 교수가 10년 전 베트남 호치민 빈떠이 시장에서 구입한 목각인형을 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동물원과 어린이놀이터가 있는 호주 파라란 시장, 과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페루 쿠스코 산페드로 시장.

장흥섭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상인 5000명에게 경영기법 등 교육
“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엔 사람냄새”

37년 동안 해외 전통시장 200여 곳과 국내 장터 260여 곳을 찾아다닌 대학교수가 있다. 최근 『세계 전통시장,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펴낸 장흥섭(65)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다. 장 교수는 이 책에서 전통시장이 뿜어내는 쏠쏠한 재미를 가득 펼쳐 놓았다.

틈만 나면 국내외 전통시장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장 교수는 ‘장돌뱅이’로 불린다. “제가 찾아간 외국의 전통시장 상당수는 즐길거리와 각종 편의시설이 많았어요. 한국의 전통시장들이 배워야 할 점입니다.”

장 교수가 시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6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칠곡군에서 태어난 그는 왜관시장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혼자 시장에서 건어물과 생선을 팔아 아들을 키웠다. 장 교수는 시장에서 자라고 시장 덕분에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1981년 경북대 교수로 임용된 뒤 지금까지 찾은 전통시장은 460여 곳.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전통시장까지 누볐다. 그는 2005년 경북대에 ‘지역시장연구센터’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상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경영 기법과 친절서비스 교육을 했다.

국내 전통시장들은 대부분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 교수는 “한국 전통시장에는 5가지가 없다”며 ‘5불(不)론’을 편다. “불결·불친절·불편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비교해 살 것이 없다는 부재는 물론이고 카드결제와 현금영수증 처리 및 교환·환불 불가 등 불가능도 5불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 설립된 대구전통시장진흥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장 교수는 “현대화된 대형마트, 인간의 숨결을 느낄 수 없는 인터넷 쇼핑몰과 달리 전통시장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며 “전통시장을 ‘장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전통시장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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