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파괴자 '청거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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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청거북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외래종 붉은귀거북(학명:Trachemys Scripta Elegans.사진)이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붉은귀거북은 미꾸라지.피라미.붕어 등 토종 어류와 각종 알.수서곤충.개구리를 포함한 양서류, 심지어 뱀까지 닥치는대로 잡아먹는다.

한때 왕성한 식욕으로 생태계를 교란시켰던 황소개구리는 식용 등으로 이용되면서 최근 숫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붉은귀거북은 개체수가 늘고 있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5월 21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2차례에 걸쳐 시내 하천.저수지 등 36개 지역에서 붉은귀거북의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20개 지역에서 4백41마리가 확인됐다.

천적 없고 수명 길어=붉은귀거북은 1970년대 후반 애완용으로 수입돼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하천이나 연못에 버려지거나 종교단체에서 방생(放生)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서울지역은 물론 청정지역인 지리산 일대와 비무장지대에까지 서식지를 늘리고 있다.

국내 유입 6백50만마리=환경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붉은귀거북은 수입이 금지된 2001년 12월까지 6백50만마리가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시의 이번 조사에서는 양재천과 석촌호수 등 주거지역 주변에서 많이 발견됐다.

사람들이 애완용으로 기르다가 방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붉은귀거북은 5년 이상 기를 경우 크기가 커지고 겨드랑이 부분에서 악취가 나 사람들이 호수나 강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10cm 이하 어린 거북도 발견돼 국내환경에 적응하면서 번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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