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송시열도 박정희도 신사임당에 ‘정치색’ 덧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사임당전
정옥자 지음, 민음사
420쪽, 2만2000원

신사임당,
그녀를 위한 변명

고연희 외 지음, 다산기획
228쪽, 1만8000원

만들어진 이미지인가, 그 자체로 사실인가. 역사 논쟁은 끝없이 전개된다. 신사임당(1504~1551)도 예외가 아니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시·그림·글씨에 능한 여류 예술가라는 점은 팩트다. 여기에 시대마다 양념이 추가된다. 현모양처의 대명사라는 시각조차도 만들어진 이미지일 수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 이념에 따른 이상적 여성상은 열녀효부였다. 현모양처 개념 자체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서양으로부터 일본을 거쳐 수입된 여성관이라는 얘기다.

조선시대 ‘신사임당 띄우기’의 선도자는 노론의 영수 송시열이었다. 송시열은 산수화를 잘 그렸던 사임당의 이미지를 지우고 대신 ‘초충도(草蟲圖)의 화가’로 부각시켰다. 풀과 벌레 같은 미물에게도 관심을 베푼 사임당의 이미지를 송시열은 성리학과 연결시키려고 했다. 현대에 들어와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사임당 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조국 근대화를 수행하는 완벽한 여성의 사표로 자리잡게 되었고, 여기에 고결함의 미학까지 결합되어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와도 연결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5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이기도 한 사임당은 어떤 인물일까. 두 종의 신간이 색다른 시각을 전해준다.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사임당전』에는 ‘부단한 자기 생 속에 예술을 꽃피우다’라는 부제가 달렸다. 100여 점의 작품과 함께 그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인간 사임당’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팩션이다. 고연희 서울대 연구교수, 이경구 한림대 HK교수 등 소장학자 5명이 함께 쓴 『신사임당, 그녀를 위한 변명』은 시대를 달리하며 덧씌어진 사임당 이미지의 변천사를 추적했다. 내년에 이영애가 사임당으로 분하는 TV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벌써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