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8대 대선 때 '박근혜가 안중근 유묵 훔쳤다' 글 올린 안도현 시인 무죄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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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안도현

시인 안도현 [중앙포토]

제18대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 유묵을 훔쳐 소장하고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54)이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보물 제569-4호 안중근 의사의 유묵 ‘치악의악식자부족여의(恥惡衣惡食者不足與議)’은 ‘궂은 옷과 궂은 밥을 부끄러워하는 사람과는 더불어 논의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10년 안 의사가 뤼순(旅順) 감옥에 있을 때 쓴 글씨로 1972년 국가지정문화재로 등재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안 시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안 시인은 2012년 12월 10~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18대 대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 유묵을 훔쳐 소장하고 있거나 유묵 도난에 관여돼 있다’는 취지의 글을 17차례 게시했다. 당시 안 시인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다. 배심원단은 전원 일치로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을 모두 무죄평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무죄, 후보자 비방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를 무죄로 판단한 것에 대해 “안 시인이 트위터에 게시한 17개 글이 허위란 점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후보자 비방을 유죄로 판단하고도 벌금 선고를 유예한 것에 대해선 “배심원단의 평결과 재판부의 심증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에서 고민했다”며 “‘죄는 있지만 처벌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 시인이 쓴 글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증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언론기관이나 기관, 단체가 작성한 자료 등을 볼 때 안 시인이 진실로 믿을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박 후보자를 낙선시키고자 하는 것이 주요 동기였지만 안중근 의사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박 후보가 유묵을 소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혹 제기는 유권자들에게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동기도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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