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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통합관리 5일 만에 100만명 …‘잠든 돈’ 57억 깨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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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직장인 김정수(38)씨는 지난 9일 새로 열린 계좌통합관리서비스 사이트에 접속했다. 대기자 수가 많아서 30분 정도 기다린 끝에 로그인하니, 까맣게 잊고 있던 본인 명의의 비활동성 계좌 5개가 확인됐다. 대학 시절인 1997~1998년 만들어놓고 한참을 이용한 적 없는 계좌였다. 그는 몇 번의 클릭으로 이들 계좌에서 잠자고 있던 17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모두 이체했다. 김씨는 “로그인할 때 공인인증서와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모두 거쳐야 해서 다소 번거로웠지만 돈을 찾는 수확이 있어 만족한다”며 “부모님도 한번 이용해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까지 닷새 만에 조회 인원 100만 명, 해지된 계좌 수는 90만 개에 육박했다. 이 기간 동안 이용자가 찾아간 금액도 57억원에 달한다. 잔고가 0원인 계좌 20만 개를 제외하면 해지된 계좌 1좌당 잔액은 평균 6500원 정도다.

www.accountinfo.or.kr서 서비스
수십년 전 계좌 비번 몰라도 OK
내년 말까지 이체 수수료도 면제
스마트폰·창구서도 서비스 계획

평일엔 하루 조회 건수가 30만 건에 육박하면서 접속 지연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와 금융결제원은 가급적 접속자가 덜 몰리는 낮 12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이용해달라고 안내한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반응이 좋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초기부터 이렇게 많은 접속자가 몰릴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숨어있는 내 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는 본인이 가진 모든 은행 계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다. 은행 영업점에 일일이 방문하는 번거로움 없이 손쉽게 안 쓰는 계좌의 잔액을 회수하고 계좌를 없앨 수 있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은 세계 최초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은행을 거래하는 개인 고객이라면 누구나 홈페이지(www.accountinfo.or.kr)에 접속해 본인인증을 거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잔액이 30만원 이하이면서 최근 1년간 거래한 적 없는 비활동성계좌는 잔액을 다른 계좌로 옮긴 뒤 해지할 수 있다. 이때 타행 이체 수수료(평균 500원)는 내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해준다. 고객이 원한다면 잔액을 서민금융진흥원에 기부할 수도 있다. 다른 궁금증은 금융위와 은행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스마트폰으로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나.
“지금은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다. 내년 4월부터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서비스를 추가하고,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전국 은행 창구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잔액 이전·해지를 할 수 있는 계좌의 잔액 기준도 지금의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일 예정이다.”
보안계좌도 조회할 수 있나.
“온라인에서 조회되지 않도록 소비자가 막아놓은 보안계좌는 조회화면에 나오지 않는다. 공동명의 계좌나 상속계좌 같이 소유자 본인 확인이 어려운 계좌도 조회대상에서 제외된다. 은행에서 가입한 펀드·보험상품도 은행 계좌가 아니기 때문에 계좌통합관리서비스로는 확인할 수 없다.”
인터넷뱅킹에 가입하지 않은 계좌도 나오나.
“그렇다. 해당 은행의 인터넷뱅킹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어도 본인인증 절차만 거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해당 계좌의 비밀번호 역시 몰라도 된다.”
증권계좌와 연계된 계좌도 잔액을 옮길 수 있나.
“증권계좌·펀드·정기예금과 연계된 계좌는 잔액 이전이나 해지를 할 수 없다. 비밀번호를 여러 번 잘못 입력해서 거래가 제한된 계좌, 비과세 종합저축처럼 세금을 우대하는 계좌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계좌를 정리하려면 직접 은행 영업점에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잔액 이전·해지를 했다가 취소할 수도 있나.
“일단 잔액 이전과 해지가 완료되면 취소할 수는 없다.”
서민금융진흥원에 잔액을 기부하면 연말정산 혜택이 있나.
“그렇다. 기부 내용은 자동으로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등록된다.”
내 계좌정보가 시스템에 저장될 것 같아 찜찜한데.
“조회된 계좌정보는 시스템에 저장되지 않는 1회성(휘발성) 정보다. 정보 유출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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