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서울지역 공항버스요금, 내년 초 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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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인천공항을 오가는 공항버스의 요금이 이르면 내년 초 인하될 전망이다. 그동안 서울지역 공항버스들이 이용객 증가에 따라 이익이 크게 늘었음에도 비싼 요금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본지 10월 12일자 14면>

서울시, 버스회사들에 요금인하 권고 방침 밝혀
1000원 단위로 인하 수준 결정될 듯
공항버스회사들의 폭리 지적에 따른 조치

서울시 지우선 버스정책팀장은 14일 “내년 초 공항버스회사들에게 요금 인하를 권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사업개선 명령을 통해 요금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팀장은 또 "노선별로 요금 인하폭을 달리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요금은 1000원 단위로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공항버스 회사들의 최근 5년치 결산보고서와 올해 실적, 승객 동향 등을 살피고 있다.

서울 지역의 공항버스(28인승 기준) 요금은 최대 1만6000원이다. 강남구 신사동에서 인천공항까지 63㎞를 운행하는 데 받는 요금이다. 반면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세종시까지 129㎞를 달리는 우등고속버스의 요금은 1만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용객들 사이에선 공항버스 요금이 과도한 것 아니냔 불만이 제기돼왔다.

이같은 요금차이는 고스란히 공항버스 회사들의 이익으로 돌아갔다. 높은 요금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항버스 이용객이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4년 746만명이던 이용객은 지난해에는 832만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올해는 10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게다가 지난해 9월부터 인천공항고속도로의 버스 통행료가 1만 3000원에서 1만 1300원으로 13% 내려 운영비용도 줄어들었다. 이 덕분에 서울지역 공항버스 4곳 가운데 시장점유율 59%를 차지하고 있는 (주)공항리무진의 경우 지난해 매출 688억원에 영업이익 136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무려 19.7%에 달했다. 전년도에도 100억원의 이익을 봤다. 서울공항리무진의 경우도 지난해 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15.5%였다. 익명을 요구한 모 회계법인 대표공인회계사는 “일부 인기있는 게임회사에서나 볼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실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4개 공항버스회사에만 부여돼있는 '한정면허'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인천공항이 개항된 2001년 공항버스 사업자들에게 한정면허를 부여하고 요금을 사업자 자율에 맡겼다. 당시 버스 수요가 얼마나 나올지 알기 어려워 위험부담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교통연구원 박준석 연구위원은 “저비용항공사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대중화됐기 때문에 공항버스도 다른 대중교통처럼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일반면허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 사업자를 선정할 때는 입찰 방식을 바꿔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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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 공항버스 관계자는 “중국과의 외교관계 등에 따라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공항버스 승객은 돌발 변수에 의해 갑자기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최근 실적만을 반영해 요금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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