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탄핵 정국 속 청와대 타격 훈련 실시한 북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군이 청와대 타격 훈련을 실시했다. 어제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의 특정 대상물에 대한 타격 방법을 확인하기 위한 훈련이 실시됐다”며 청와대를 본뜬 시설물을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공격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통신은 “전투원들은 연평도의 불바다를 기어이 청와대의 불바다로 이어놓고 남조선 괴뢰들을 멸망의 구렁텅이에 영원히 처박아넣을 격멸의 투지와 용맹을 남김없이 과시했다”고 떠벌렸다.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은 “적들이 반항은 고사하고 몸뚱이를 숨길 짬도 없겠다”며 만족을 표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북한은 평양 외곽의 대원리 화력시범장에 실제의 절반 정도 크기로 청와대 본관 모형을 설치한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 1일 시작된 북한군 동계훈련의 일환으로 이곳에서 타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기적 민감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국내 정치적으로 혼란한 이 시점에 청와대 타격 훈련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결의안의 국회 통과에 맞춰 이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모두 정치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이 틈을 노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토머스 밴달 주한 미8군사령관은 지난주 “북한이 30일에서 60일 이내에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떠볼 필요가 있는 데다 한국도 정치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란 것이다. 한시적이지만 중국이 처음으로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등 갈수록 조여오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맞서 외부에서 출로(出路)를 찾고자 할 가능성도 있다.

황교안 총리는 지난 9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자마자 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확고한 응징 의지를 천명했다. ‘군통수권’에 추호의 동요도 없으니 오판하지 말라는 경고다. 탄핵 정국을 이용해 북한이 경거망동한다면 무엇보다 우리의 촛불민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