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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영수 특검, 구시대 정치체제 끝내는 수사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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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제 일단락됐다. 특별수사본부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직권남용과 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수사 기록과 증거물 일체를 박영수 특검팀에 넘겼다. 증거물에는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녹음파일 236개 등이 포함됐다. 검찰이 10월 27일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본격 수사에 나선 이후 46일 만에 최순실씨 등 모두 8명을 재판에 넘긴 건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을 최씨 등과 범죄를 공모한 피의자로 지목한 것은 검찰은 물론 우리 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는 광장의 촛불을 더욱 밝게 했고, 국회가 5건의 헌법위반과 8건의 법률위반 혐의로 박 대통령 탄핵을 의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론에 밀린 늑장 수사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을 소환조차 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한계라 할 수 있다. 만약 JTBC가 최씨의 태블릿PC를 확보해 보도하지 않았다면 검찰 수사가 박 대통령으로 향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영수 특검팀은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의구심을 고려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수사에 전념해야 한다. 박 대통령 등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에 대한 사법처리를 위해서는 검찰 내부의 결탁 고리를 파헤쳐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 권력 눈치나 보고 깡통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검찰이라면 국정 농단의 방조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박 특검을 포함해 검찰 출신이 대부분인 특검팀은 혹시라도 친정 식구들에 대한 감싸기식 수사를 한다는 오해를 받아선 곤란하다. 특검팀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와 권한이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적인 구(舊)시대 정치체제를 끝내라는 국민의 명령에서 비롯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