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혁신도시 ‘핑퐁게임’…LH “받아라” vs 울산시 “못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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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8일 태화·우정시장 상인들이 진주 LH 본사 앞에서 침수 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8일 태화·우정시장 상인들이 진주 LH 본사 앞에서 침수 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요즘 정민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산울산지역본부 차장을 사무실에서 보기 어렵다. 울산 우정혁신도시 인허가와 공사를 총괄하는 정 차장이 울산시에 혁신도시 공공시설물을 넘겨 주기에 앞서 수시로 현장 답사를 나가기 때문이다. LH는 올 연말까지 울산시에 혁신도시내 시설물을 넘길 계획이다. 하지만 울산시는 “부실 시설물이 완벽하게 보완되지 않으면 인수하기 어렵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우정혁신도시가 완공되고 시설물 인수인계가 계획대로 이뤄질 지 불투명해졌다. 우정혁신도시는 중구 우정동 일대 299만㎡ 부지에 9개 공공기관과 주택시설 등이 이미 들어서 있다. LH가 시행·시공을 맡아 2007년 공사를 시작했다. 애초 2015년 말 준공이었지만 울산시와 시설물 이관 협의가 늦어지면서 해를 넘겼다. 올해 5월 다시 도로·가로수 같은 시설에서 부실시공 논란이 일었다. LH가 준공 일정을 6월 말 이후, 올 연말로 계속 미룬 이유다.

시 “시설물 하자 없어야 인수할 것”
10월 태풍 ‘차바’ 태화시장 등 수해
“저류지 부실 탓 피해 키워” 상인 불만

LH 측은 “LH아파트 앞 방음벽 설치, 공원 내 수목시설 보완 같은 몇몇 문제를 제외하고 상하수도·도로·전기 같은 주요 시설물은 완공돼 공정률이 99%”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수중계펌프장, 약사동 제방유적 등은 울산시에 관리권이 이미 넘어갔다. 상수도 시설물도 인수 막바지 단계다.

하지만 시설물이 완공되더라도 울산시와 LH의 인수인계 완료는 올 연말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 10월 태풍 ‘차바’로 중구 태화시장과 우정시장이 큰 수해를 입은 것이 인수인계의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태풍 당시 태화시장 상인들은 혁신도시의 부실이 수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울산시 역시 시설물 인수 완료 전에 수해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8일 “상수도 인수를 연말 전후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수해 논란으로 모든 시설물의 인수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LH는 수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달 중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기기로 했다. 용역결과는 3~6개월 뒤 나올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에도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LH 관계자는 “착공 전 인허가 단계에서 재해영향평가를 받은데다 저류지는 혹시 비가 많이 올 사태를 대비한 보완책으로 설계한 것이지 애초 강물을 모아두는 시설이 아니었다”며 혁신도시 부실 시공 때문에 수해가 커졌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올 연말에 인수인계를 끝내야 하는데 혁신도시 때문에 수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으로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수 후에도 부실 시설물이 발견되면 LH에 보완을 요구할 수 있지만 시가 가능한 한 완벽한 상태로 시설물을 넘겨받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의 뜻과 현재 상황을 고려해 LH와 협의는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홍제(건설환경공학부) 울산대 교수는 “LH가 전문기관에 수해 원인 분석을 의뢰하겠다고 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기관 선정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다”며 “ 적극적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시와 인수 문제를 협의해 지난 ‘차바’ 수해 때처럼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보상문제로 주민이 불편을 겪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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