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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합죽·소라비빔밥·해산물찜밥…인천 섬들, 맛있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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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의 특산물은 홍어다. 홍어의 고장으로 유명한 전남 신안 흑산도보다 많이 잡힌다. 실제로 2013년 인천의 참홍어 어획량은 188t으로 전남의 122t보다 많았다. 대부분 대청도 일대에서 잡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천은 홍어 어획량이 전국 1위(2013~2015년)지만 대청도에 홍어 전문 음식점은 없다. 현지 식당의 메뉴는 대부분 회와 매운탕·칼국수 등이다.

관광객 “회·칼국수 일색” 불만에
12개 섬 대표 음식 발굴 프로젝트

전국 3대 새우젓 생산지이자 전국 참새우 어획량의 50%를 차지하는 인천 강화군도 비슷하다. 다양한 식당이 있지만 새우 요리를 대표 메뉴로 내놓는 곳은 거의 없다.

인천시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섬 대표 음식 개발에 착수했다. 이른바 ‘I(Island·섬) 푸드 프로젝트’다. 인천은 유인도와 무인도등 155개 섬이 있다. 특산물도 각기 다르다. 하지만 섬 지역 음식점 메뉴는 회와 매운탕 등으로 비슷해 관광객 의 불만을 샀다.

물론 별식(別食)을 파는 섬도 있긴 하다. 백령도 사곶냉면이 대표적이다. 뽀얀 육수에 백령도 특산물인 메밀로 만든 면을 말아낸다. 냉면을 먹기 전에 또 다른 백령도 특산물인 까나리액젓을 넣으면 특유의 감칠맛이 입맛을 돋운다. 강화군에도 새우젓으로 간을 한 갈비찜인 젓국갈비가 있다. 이들 음식을 먹기 위해 일부러 백령도와 강화군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인천시는 여기서 실마리를 얻어 식도락가들의 취향을 맞춘 음식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인천 섬들의 특산물은 다양하다.

옹진군 백령도는 까나리와 다시마, 백고구마가 유명하다. 장봉도와 신도·시도·모도에서는 단호박이 많이 나온다. 영흥도는 갯벌낙지와 딸기, 연평도는 꽃게가 널리 알려져 있다. 강화군도 상합(백합), 순무와 낙지, 병어, 밴댕이, 숭어 등이 특산물로 꼽힌다.

각 섬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활용해 “이 섬은 이 음식”을 떠올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표 음식 개발에 먼저 착수한 곳은 강화군 석모도·볼음도와 옹진군 장봉도, 신도·시도·모도다. 석모도와 볼음도는 새우와 낙지, 상합 등이 많이 난다. 장봉도, 신도·시도·모도는 단호박과 상합·굴 등이 유명하다.

인천시는 음식 개발에 앞서 섬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석모도·볼음도 주민들은 상합과 낙지를, 장봉도·모도 주민들은 상합과 단호박을 넣은 음식을 주문했다. “생산량이 많은데도 다른 특산물보다 덜 알려졌다”는 이유다. 레시피는 인천시 위생정책팀과 청운대 호텔조리학과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비빔밥·죽·찜·구이 등 15종(강화군 8종, 옹진군 7종)의 음식이 탄생했다. 이상정 교수는 “섬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요리”라며 “치즈나 생크림 등 양식 재료도 적절히 사용해 어린이와 젊은 층의 입맛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인천시청 중앙홀에서 열린 시식·품평회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이인숙(60·여·인천 남구)씨는 “수프나 찐밥, 전병 등은 섬 음식으론 낯설 것 같긴 하지만 맛이 좋아서 남녀노소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요리사 등 전문가 10명과 시민 100명 등으로 이뤄진 시식평가단은 이날 강화군 석모도·볼음도의 대표 음식으로 상합죽을 선정했다. 옹진군 장봉도는 소라비빔밥, 신도·시도·모도는 해산물찜밥이 선정됐다.

임지호 심사위원장은 “각 섬의 특산물이 골고루 들어 간 데다 만들기 간편하고 맛과 영양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인천시는 이날 선정된 음식 요리법을 이달부터 해당 섬의 일반음식점에 전수·보급할 계획이다. 탈락한 조리법도 원하는 업주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강원배 인천시 위생안전과장은 “내년에도 5개 섬을 대상으로 대표 음식을 개발하는 등 2020년까지 모두 12개 섬의 대표 음식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특색 음식을 스토리텔링화해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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