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학생이 동화짓고 삽화그린 이색「내가 만든 그림책전」눈길|24명이 3백여점 출품…7일까지 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오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색다른 작품발표회가 열려 어린이와 어른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1일부터 7일까지 서울안국동로터리 동덕미술관에서 열리는 동화일러스트레이션전인 「내가 만든 그림책」전엔 중학생 24명이 스스로 이야기를 짓고 그린 창작동화 일러스트레이션 (삽화) 총 3백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각각 표지·속표지를 포함, ]∼15장 정도의 작품집 형식으로 꾸며져 있어 책으로 묶어낼 수도 있게 돼있다.
이 전시회는 평소 동화그림책 만들기에 집념을 보여온 유재수씨 (숙명여고교사·서양화가)가 기획하고 도서출판 통나무 (대표 원황철)가 후원했다. 유씨는 지난 5년간 방학을 이용해 숙명여중 학생들을 지도, 그들이 남긴 작품의 일부를 선보인 것이다. 그는 동화그림책 만들기가 유치원생으로부터 미술적 재능이 없는 어른에 이르기까지 혼자서 또는 친구·가족이 함께 꾸밀 수 있는 손쉬운 놀이방법의 하나라고 믿고 있다.
작품들은 개인마다 뚜렷한 개성과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조형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유씨는 이 작품들을 통해 유치원이나 미술학원·학교에서 그려지고 있는 그림들이 얼마나 기계적이며 주입식인지, 기존의 그림책들이 얼마나 구태의연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또 작품을 통해 단기간에 논리적 사고력과 정서감각이 비약적으로 증진됨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김민정양 (현재 서초고3년·84년작)의 작품『기쁨』의 경우 이야기 내용과 관계 없이 나무 밑둥치에 붙어있던 딱정벌레를 다음장에선 나무상단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으며 권기라양 (현재 은광여고3년·84년작)의 『꼬꼬와 메뚜기』에선 메뚜기 식구의 각기 다른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스케치를 거듭한 끝에 결국 어머니·아버지·아들·딸 메뚜기의 성격에 따른 특징을 묘사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제도 다양해 꽃을 피워내기 위해 애쓰는 『한별이는 정말로 꽃나무를 좋아했대요』 (강진이), 욕심장이 구름에 관한 이야기인 『꼬마구름 땅꼬』 (김주희), 뭣이든지 쓸모 있고 귀중한 것이라는 교훈을 담은 『곪은 사과곰보』 (민경숙) 등 모두 재미있고 신선한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이런 전시회를 시도한 유씨는 『이번 일러스트레이션전은 아직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주장이 무시되고 어른들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우리 현실에 한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씨는 앞으로 도시와 농어촌 어린이간의 글과 그림 바꿔쓰고 그리기 및 순회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어린이날을 맞아 현대미술관 (현대백화점5층)에선 국내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모임인 한국무지개회가 1∼5일 4번째 일러스트레이션전을 갖고 있으며 동방플라자도 올해 처음으로 유치원생과 국교생을 대상으로 동화그림공모전을 실시, 입선작 53점에 대한 전시회를 5일까지 이벤트홀에서 갖고 있다.

<이근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