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만점 성적표…1교시 국어 어려워 잠시 멘붕” “야간 자율학습 꼭 참석, 집중 안 될 땐 아이돌 방송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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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용인외대부고 김재경(왼쪽)양과 울산 학성고 이영래군. 두 학생 모두 서울대 경제학부 수시전형에 지원해 16일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사진 울산교육청]

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용인외대부고 김재경(왼쪽)양과 울산 학성고 이영래군. 두 학생 모두 서울대 경제학부 수시전형에 지원해 16일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사진 울산교육청]

불수능에도 만점자는 나왔다. 고3 재학생으로 김재경(경기도 용인외대부고)양과 이영래(울산 학성고)군이 만점을 받았다. 두 학생 모두 인문계다. 국어·영어·수학 나형·한국사에서 한 문제도 놓치지 않았고, 각기 다른 사회탐구영역 선택과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양은 법과정치와 사회문화를, 이군은 생활과윤리와 사회문화를 각각 치렀다.

재학생 만점자 2명 모두 인문계
수시모집 서울대 경제학부 지원

7일 오전 학교에서 수능 성적표를 받은 김양은 “오늘이 내 생일인데, 이 성적표는 내 자신에게 주는 잊지 못할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의 수능 만점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지난 6월과 9월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에서도 전 과목 만점을 받아 주변의 기대가 높았다. 김양은 “왠지 만점을 받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부담감이 느껴졌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능 전날 학교 기숙사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긴장감에 뒤척이다 세 시간도 채 못 잤다. 김양은 “수능 당일 1교시 국어 시험지를 받았을 때 문제가 너무 어려워 잠시 ‘멘붕’이 왔다”고 말했다.

전날 엄마(조혜영씨·46)와 통화하며 나눴던 대화를 떠올려 평정심을 찾았다고 했다. 김양은 “전날 잠도 안 오고 뒤숭숭해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나도 학력고사 보기 전날 30분도 못 잤는데 그럭저럭 봤다. 너도 그럭저럭 보면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웃기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평소 공부 철칙은 ‘자신에게 정직하자’다. 그는 “공부 안 한 내용의 정답을 맞힐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고, 공부한 것을 틀릴 거라 생각하는 건 괜한 불안”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문제 하나를 풀더라도 답만 맞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답안과 해설을 쓴다는 생각으로 보기 하나하나까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풀었다. 문제집 한 권을 대여섯 번씩 복습하는 것은 기본이다. 조씨는 “어려서부터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편이라 ‘숙제 하라’거나 ‘일찍 일어나라’는 잔소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군이 밝힌 수능 만점의 비결은 독서다. 그는 “서너 살부터 부모님과 함께 도서관에 가 책을 읽었다”며 “최근 읽은 책 중에서 『태백산맥』과 『시장은 정의로운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학교 생활에 충실했던 것도 비결로 꼽았다. 학교에서 하는 야간 자율학습에 빠지지 않고 자율학습이 끝나면 학교 자습실에서 공부하는 생활 습관을 유지했다. 이군은 “집중력이 떨어져 힘들 땐 일요일 하루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컨디션을 조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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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군의 담임인 유재형 교사는 “평소 학업 성적이 뛰어날 뿐 아니라 교과 외 활동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이라고 칭찬했다. 만점자인 두 사람 모두 수시전형으로 서울대 경제학부에 지원해 16일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군은 경찰대 1차 시험도 합격한 상태다.

글=박형수 기자, 울산=최은경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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