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더 이상 ‘세월호 7시간’ 놓고 국력소모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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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315명이 배 안에 갇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올림머리 손질을 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당시 머리를 손질한 시간에 대해 한겨레신문은 90분이라고 보도했고 청와대는 20분이라고 해명했다. SBS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도착하기 전 의도적으로 피곤해 보이도록 머리를 손질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직 수행 과정에서 무엇이 소중한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행동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보좌진도 당시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박 대통령 국정수행 과정의 투명성 부족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음에도 아직까지도 명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시간은 그 자체로 국정 수행의 역사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관계자들이 찔끔찔끔 해명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청와대의 비밀주의는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킨 가장 큰 요인이다. 불투명하고 미흡한 해명이 꼬리를 물면서 의혹에 의혹을 낳았고, 이는 결국 국력 낭비로 이어졌다. 대부분 근거 없는 의혹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사고 당일의 대통령 행적과 관련해 연애설·굿판설·성형시술설 등 다양한 설이 등장해 사회를 혼란시킨 것은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 탓이 크다.

청와대가 “90분간 머리 손질했다”는 보도에 즉각 “20분”이라고 해명한 것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이미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그 7시간을 국민 앞에 솔직히 밝히는 게 도리다. 이를 두고 ‘대통령의 사생활’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면 더 큰 비난과 혼란만 자초할 뿐이다. 더 이상 세월호 7시간을 둘러싼 불필요한 국력 소모는 막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모든 것을 고백해야 하며, 이는 국민에 대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