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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순위 추락 ··· 공교육 혁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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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계 최상위권을 자랑했던 우리나라 중·고생들의 실력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권 학생보다 하위권 학생 비율이 급증하는 교육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교육정책과 입시 위주의 교실 교육이 한계에 이른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가 한국 교육에 던진 메시지다.

2015년 성적표를 보니 한국은 전체 대상 70개국 중 읽기 4~9위, 수학 6~9위, 과학 9~14위로 평가됐다. 2000년부터 만 15세를 대상으로 3년마다 시행하는 PISA에서 한국이 세 영역 모두 3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처음이다. 수학은 2012년보다 평균 30점, 과학은 22점이나 떨어졌다. 물론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미국이나 유럽 등 수학과 과학에서 뛰어난 업적을 내는 국가들의 PISA 순위가 높은 것도, 절대적인 잣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실력 추락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흥미가 70개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점이다. 틀에 박힌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학생들을 지치게 하고 수학과 과학을 어렵게만 생각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교육부는 종합적인 원인 분석을 통해 입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3년 전 한 자릿수였던 하위권 학생 비율이 왜 15.4%까지 치솟았는지, 남학생이 왜 수학·과학에서도 여학생에게 뒤지기 시작했는지, 최상위권 비율이 왜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보다 적어졌는지에 대한 진단이 시급하다. 그런 뒤 거대한 물결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공교육의 전면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노벨 과학상을 22명 배출했지만 PISA에선 우리에게 늘 뒤졌던 일본이 이번에 수학·과학에서 OECD 1위로 우뚝 선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수업시간을 줄인 유토리(여유)교육을 접고, 2007년부터 국가 차원의 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해 성과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