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파견된 한국 동의부대… 부황·침 등 한의술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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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때 남의 원조를 받았던 대한민국의 아들들이 이국 땅에서 선진국의 병사와 나란히 의술을 펼치게 돼 뿌듯합니다." 마나스 기지에서 의료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 동의부대의 부단장 조선익(趙先翼.44) 중령의 그을린 얼굴엔 자랑스러움이 넘친다.

지난 2월 파견된 동의부대 3진(96명)은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 인근의 마나스와 아프가니스탄 내의 카불.바그람 등지에 분산 배치돼 활동하고 있다.

마나스 기지 분견대(43명)를 이끌고 있는 趙중령은 "다국적군과 인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 의료지원단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기지 내 동의부대 야전병원은 일반외과를 비롯해 내과.치과.이비인후과.방사선과.마취과 등을 고루 갖춰 준(準)종합병원 수준이다. 웬만한 수술과 입원 치료는 물론 한방치료도 한다.

다국적군 소속 군인들은 물론 병원 시설이 열악한 인근 비슈케크의 주민들도 급하면 달려온다. 최근엔 애완견한테 심하게 물려 살점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다친 미국인의 딸(5세)이 피부이식 수술을 받기도 했다.

부항과 침 등 한방치료도 인기다. 업무 도중 인대가 늘어나거나 다리.허리 등을 삔 환자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부대를 찾는다. 미군 의무단장 투산트 대령은 "쉴새 없이 일하는 한국군의 희생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동의부대는 현지 봉사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 수시로 지역 주민들을 무료 진료하고 일주일에 한번 현지 의과대학생들에게 강의도 한다. 비슈케크에서 사업을 하는 교민 김주태씨는 "동의부대 활동으로 한국의 이미지가 아주 좋아졌다"며 기뻐했다.

유철종 모스크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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