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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물화전 지상감상|이규일<호암갤러리 전문위원>|구본웅 작 『우인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 작품은 서산 구본웅 화백(1906∼1953)이 1935년에 그의 둘도 없는 친구 이상을 그린 것이다.
서산은 1933년 동경 태평양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와 국내에서 작품활동도 하고 신문에 미술평도 썼다.
『우인상』(53×65㎝)은 서산이 현대적 표현주의 수법을 과감히 시도한 그의 대표작이다.
서산은 전위파 문인 이작이 광화문 비각 옆에 차린 「제비」다방에 자주 드나들면서 그와 의기투합, 그림도 함께 그렸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다방에는 머리를 잡초처럼 성기게 그린 이상의 자화상도 걸러 있었다.
두 사람은 「제비」다방에 앉아 거울(유리)의 반사작용을 이용, 치마로 감춘 신여성들의 종아리를 홈쳐보면서 킬킬거리기도 했다는 일화를 남기고 있다.
이 그림은 이상의 얼굴을 외형적인 사실 묘사가 아니라 분방한 붓놀림과 색채로 분위기를 돋워 그의 고독한 표정을 강조한 걸작이다.
서산은 신체장애자(꼽추)였지만 신고를 딛고 인간만세의 본보기를 보인 개성이 뚜렷한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끝>
호암갤러리서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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