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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날개’ 단 우즈, 다시 날아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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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히어로 월드챌린지 4라운드 1번홀에서 힘차게 샷을 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 메이저 대회 14승을 거둔 우즈는 16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버디 24개를 잡았지만 더블 보기를 6개나 범했다. 골프계는 부상에서 회복한 우즈의 복귀를 반기는 분위기다. [바하마 AP=뉴시스]

히어로 월드챌린지 4라운드 1번홀에서 힘차게 샷을 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 메이저 대회 14승을 거둔 우즈는 16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버디 24개를 잡았지만 더블 보기를 6개나 범했다. 골프계는 부상에서 회복한 우즈의 복귀를 반기는 분위기다. [바하마 AP=뉴시스]

타이거 우즈(41·미국)가 돌아왔다.

스윙 마무리 때 왼팔꿈치 위로 높여
스피스처럼 거리보다 정교함 승부
스탠스 좁혀 과도한 체중이동 자제

15개월 간의 공백 끝에 경기 감각은 무뎠지만 종종 전성기를 연상케하는 날카로운 샷을 뽐냈다.

5일(한국시간) 바하마 뉴프로비던스의 알바니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 월드챌린지. 우즈는 마지막날 4타를 까먹었지만 합계 4언더파로 참가선수 17명 중 15위에 올랐다. 합계 18언더파를 기록한 마쓰야마 히데키(24·일본)가 우승했다.

성적은 하위권이었지만 우즈는 미소를 지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우즈는 물론 골프계에서도 우즈의 복귀전을 성공으로 평가했다. 건강하게 경기를 마친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우즈의 캐디 조 라카바는 “현실적으로 우승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15개월 넘도록 경기에 나서지 못한 우즈가 최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연습 라운드를 포함, 5라운드를 끝낸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우즈는 “카트를 타지 않고 경기를 하니까 이상하더라”면서 “성공적으로 투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고 믿는다. 내년에는 풀시즌을 뛰고 싶다”고 했다.

큰 탈 없이 경기를 마친 것 이외에도 좋은 조짐은 많았다. 우즈는 나흘에 걸쳐 버디 24개를 잡았다.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았다. 드라이브샷 거리는 전성기와 큰 차이가 없었고, 아이언샷은 정교했다. 퍼트 실력도 날카로웠다. 그러나 경기 감각이 떨어진 탓인지 실수도 잦았다. 우즈가 기록한 더블보기 6개는 이번 대회 참가 선수들 중 가장 많다.

우즈는 2라운드에선 7언더파를 몰아쳤지만 전체적으로 기복이 심했다. 전반엔 성적이 좋고 후반엔 나빠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우즈는 “지치기도 했고, 실전 경기를 하지 않은지 오래돼 감각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우즈는 이번 대회 주최자다. 경기 이외에도 이런 저런 행사에 참가하느라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동정론도 나왔다.

우즈는 부상을 극복하고 복귀한 뒤 거리보다 정확성에 중점을 두는 샷을 하고 있다. 훅을 막기 위해 팔로스루를 할 때 팔꿈치가 몸에서 떨어져 하늘을 가리키는 닭날개 현상이 가끔 나왔다. 왼쪽 손목도 꺾여 있다. 역시 훅을 막으려는 동작이다. [중앙포토]

우즈는 부상을 극복하고 복귀한 뒤 거리보다 정확성에 중점을 두는 샷을 하고 있다. 훅을 막기 위해 팔로스루를 할 때 팔꿈치가 몸에서 떨어져 하늘을 가리키는 닭날개 현상이 가끔 나왔다. 왼쪽 손목도 꺾여 있다. 역시 훅을 막으려는 동작이다. [중앙포토]

부상에서 회복한 뒤 교정을 한 우즈의 스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전 코치인 행크 해이니는 “스윙은 전혀 문제없다.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앞으로 여러 차례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송경서 JTBC골프 해설위원은 “스윙이 매우 부드러워졌다. 일단 스탠스를 좁혀 과도한 체중이동을 자제하고 안정을 찾으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다운스윙에서 허리 이동이 적어졌고, 오른 무릎과 발도 얌전해졌다. 정교함을 늘리기 위해 ‘닭날개 현상(치킨 윙)’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닭날개 현상은 팔로스루를 할 때 왼 팔꿈치가 몸에서 떨어져 하늘을 가리키는 현상이다. 아마추어들에겐 나쁜 습관으로 꼽힌다. 그러나 손목 로테이션이 지나치게 빠른 프로 선수들은 훅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왼팔꿈치를 당기며서 팔목 회전을 늦추기도 한다. 우즈도 예전엔 거리를 많이 내기 위해 손목 회전을 빠르게 했고, 그러다 심한 훅이 나는 경우가 잦았다.

이런 닭날개 현상은 조던 스피스(23·미국)와 잭 존슨(40·미국)에게도 나타난다. 두 선수 모두 거리가 아니라 정교함으로 승부하는 선수다. 두 선수를 통해 우즈의 의도도 느낄 수 있다. 조던 스피스는 우즈를 보고 “놀라웠다. 15개월의 공백이 없었다면 우승할 수도 있는 실력”이라고 칭찬했다.

송경서 위원은 “왼쪽으로 휘어진 홀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가는 실수가 보이는데 아직도 왼쪽으로 당겨치는 샷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듯 하다”고 봤다. 송 위원은 또 “우즈는 뛰어난 아이언샷과 쇼트게임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드라이브샷을 페어웨이에 보내면 앞으로도 많은 버디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병옥 JTBC골프 해설위원은 “한동안 쇼를 하는 것 같았던 우즈가 다시 골프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다운 스윙시 무릎을 굽혔다가 튕겨주는 등 하체를 무리하게 쓰면서 ‘스윙 쇼’ 를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부드러운 스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무리하게 치지 않아 스윙 스피드가 어느 정도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즈라면 부드럽게 스윙을 하면서도 우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위원은 “요즘 젊은 선수들은 실력이 좋기 때문에 우즈가 랭킹 1위로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즈는 자신의 스윙에 대해 “주니어 시절 스윙으로 돌아가고 있다. 당시 나는 1번 아이언처럼 삐쩍 말랐다. 그래도 공을 멀리 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대회에서 많은 보기와 더블보기를 했지만 이런 실수들은 충분히 줄일 수 있다. 내년 1월 다시 대회에 참가해 4월 마스터스 이전까지 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골프닷컴은 우즈의 세계랭킹이 898위에서 257계단 오른 642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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