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자살보험금 ‘백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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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알리안츠생명이 그간 소비자에게 주지 않았던 자살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본지 12월 5일 14면> 금융당국의 중징계 방침에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 징계 방침에 “141억 전액 지급”
삼성·한화·교보 빅3 생보사만 남아

알리안츠생명은 5일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알리안츠 생명이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 규모는 141억원이다.

알리안츠생명은 대법원이 올해 5월과 9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는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결한 것을 토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대법원 판결과 별도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보험업법 위반(약관 준수 의무 위반)’이라며 보험금을 주지 않는 회사를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지난달 28일엔 알리안츠 생명을 비롯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4개 회사에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제재 예정 조치를 통보했다.

여기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해임 권고 및 영업 인허가 취소와 같은 초강경 조치가 포함됐다. 이는 생보사에 대한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다. 최종 확정될 경우 CEO가 교체되고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부담을 느낀 알리안츠생명이 결국 금감원에 무릎을 꿇은 걸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이 회사에 대한 징계수위는 낮아질 전망이다. 금감원이 자살보험금을 추후 전액 지급할 경우 징계 수위를 낮춰주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ING생명을 비롯한 9개 보험사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중징계를 피했다.

향후 관심은 알리안츠생명과 함께 중징계 조치를 통보받은 ‘빅3’ 생보사(삼성·한화·교보생명)의 행보다. 3개사는 “이미 시효가 지났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태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면 부당하게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보험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이유 등에 대해 최대한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이 강력한 제재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보험사는 오는 8일까지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를 참고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한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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