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여대 해고 교직원 전원 복직 결정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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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혐의를 받던 전임 총장의 결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수원여대 교직원들이 모두 복직한다. 학교와 교직원들이 갈등을 빚은 지 4년여 만이다.

수원여대는 교직원 14명 전원이 학교에 복직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수원여대 학교법인인 수원인제학원은 전날인 29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2월 해임·파면했던 교수 1명, 직원 13명 등 교직원 14명 전원에 대해 이달 1일자로 복직하라는 인사명령을 승인했다. 해고기간 동안 밀린 임금도 전액 지불하기로 했다.

수원인제학원은 이와 함께 학교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노조측과 결의했다고 전했다. 복직한 교직원들은 산학협력팀에서 한 달 동안 직무 적응기간을 가진 뒤 희망하는 부서로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이에 대해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던 해고자 전원 복직 문제는 재단측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면서 해결됐다”며 “전임 총장이 학교 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이들이 모두 복직되도록 막후에서 역할을 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전임 총장은 지난 2012년 학내 노사분규를 겪던 중 학교 자문변호인의 자문을 받아 교비를 지출했음에도 유죄 판결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돼 심신의 피해가 컸으나 학교와 학생의 발전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이 같은 조치를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학교측은 또한 “전임 총장이 수원인제학원 설립자이자 초대 이사장인 고 이병직 박사, 고 최희규 박사 부부의 장남으로서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본인이 받을 상속재산 10억원을 학교 발전 기금으로 출연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학교측은 입장문을 통해 전임 총장의 심경도 전했다. 이 전 총장은 “본인의 작은 마음으로 모든 분들께 아픔을 안겨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고개 숙이며 맑은 마음으로 차 한잔 올립니다. 지난 일 년여 동안 전국의 높은 산들을 묵묵히 오르며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스스로 채찍질해가면서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날들을 회상해 보았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부모님께서 일구어 놓으신 일터에서 큰 사람이 되지 못한 저 자신이 때로는 비굴하게 느껴지며 고통의 연속인 날들을 보내다가 문득 떨구었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으리라… 제 마음 속에 자리한 불신을 떨치기 위해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렇게 산행하는 동안 산 밑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작기만 한 제 자신을 들여다 보았습니다”라며 그간 괴로워한 마음을 담았다.

그는 글 마지막에 “모든 것은 제 탓이라는 생각을 하고 난 후에야 양 어깨에 올려져 저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내려놓고 보니 세상 사람 모두가 저의 동행자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라며 한때 교직원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자신의 태도가 누그러지고 마음에 변화가 생겼음을 전했다.

전임총장과 교직원 간의 갈등의 발단은 201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직원들은 교비 횡령 등 비리 혐의를 받던 전임 총장 이모(52)씨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해임 권고를 이행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하며 업무 과정에서 이씨의 결재를 거부했다.

이에 학교측은 "교과부의 권고에 따라 총장을 해임하기도 전에 직원들이 결재선을 바꾸는 등 임의대로 행동했다"며 이를 문제 삼아 노조 가입 교직원 13명과 교수협의회장을 지난해 2월 해고했다.

교직원들은 "이 전 총장의 비리를 제보한 것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고 주장하며 고용노동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하고 농성을 이어갔다. 학교측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소송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최근 서울고등법원에까지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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