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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티 테크] P2P에 100만원 넣고 열흘 만에 원리금 5966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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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청춘의 지갑을 채우자 <7> P2P금융 투자해보니

‘써티(Thirty)테크’의 목표는 적금과 부동산 중심의 재테크에서 벗어나 ‘20~30대 맞춤 투자 전략을 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앙일보 기자가 직접 금융투자에 나섭니다. 실제 수익률을 공개하고, 성과가 좋지 않다면 실패 원인도 분석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기자의 가계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앞서 투자했던 연금저축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됐다(본지 11월 3일자 B5면).

인터넷 중개업체 통해 투자
100명에게 분산, 피해 줄여
원리금 열흘에 한번 꼴 지급
투자 1000만원 제한 등 한계

‘불확실하다는 것만이 확실한’ 시대, 주식이나 채권은 부담스럽다. 그때 떠 오른 게 이전 출입처(정보기술 업계)에서 알게 된 사람이 ‘강추’한 ‘P2P대출’ 투자다. P2P대출은 개인들(Peer) 돈을 모아 개인들(Peer)에게 돈을 빌려주는 구조다. 그걸 중개하는 업체가 P2P대출 업체다. 신용등급 4~6등급짜리 대출자들이 이용하는 신개념 금융 서비스다.

주택담보대출 빼고는 딱히 돈 빌릴 일이 없어 이런 서비스를 왜 이용하나 싶었다. 오해였다. 돈을 빌리는 사람뿐 아니라 투자하고 싶은 사람도 이용할 수 있다. 중간 등급 신용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연 8%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그래서 P2P대출 선두 업체 중 한 곳의 이름이 ‘8퍼센트’다).

취지는 좋은데 돈을 빌려주고 싶은 사람과 빌리고 싶은 사람을 어떻게 정확히 짝지어줄까 의문이 들었다. 1000만원 대출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치자. 1000만원이 안 모이면 대출 못 받는다. 100만원만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결국 투자를 못 하게 된다.

이것도 오해였다. 이렇게 대출자와 투자자를 일대 일로 짝지어 주는 시스템은 초기 모델이다. 최근에는 포트폴리오 개념으로 투자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이 필요한 A, 500만원이 필요한 B, 2000만원이 필요한 C 등, 대출이 필요한 A~Z가 있다. P2P대출 업체는 이들에게 각자의 신용등급에 맞는 금리로 회사 자금을 가지고 일단 ‘선대출’을 해 준다. 그리고 이들이 받은 대출을 채권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판다. 100만원을 투자한다면 A에게 1만원, B에게 1만원, C에게 2만원 등으로 분산투자 한다. 이 경우 A가 돈을 못 갚아도 1만원만 손해 보면 된다.

P2P대출 투자에 대한 가장 큰 거부감은 신금융 서비스라는 점이다. 처음엔 돈 주는 척하다가 업체가 가짜 대출 일으켜서 ‘먹튀’하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업체가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협회가 핵심사업으로 꼽은 첫 번째가 ‘상호간 대출 내역의 공유’다. 회원에 가입하려면 대출 내역을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공유해야 한다. 곧, 회원사라면 사기 대출을 일으키기 어려운 구조다.

그간의 성과를 따지는 것도 도움된다. 신뢰성이 문제라면 업력이 오래됐거나 누적 대출규모가 큰 업체를 고르면 된다. 10월 말 현재 누적 대출금이 가장 큰 업체는 테라펀딩이다. 547억원 규모다. 부동산담보·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출을 전문으로 한다. 개인신용 부문 1위가 렌딧이다.

지인이 추천하기도 했고, 개인신용 부문 1위라니 렌딧 투자를 결정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 가입하면 신한은행에 본인의 이름으로된 가상계좌가 생긴다. 투자금 100만원을 넣으면 3가지 투자 포트폴리오가 생긴다. 무난하게 가운데 ‘안정형’을 선택했다. 가상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하면 투자가 완료된다.

계좌를 확인하니 100개의 채권에 100만원 투자한 걸로 나온다. 세금 제하고 예상수익률이 연 7.27%다. 각 채권별로 만기와 대출금리, 투자금액에 따라 10일에 한 번 꼴로 원금과 이자가 상환된다. 첫 번째 지금 예정일이 11월 14일. 이날 ‘원리금 5966원이 지급됐다’는 문자가 왔다. 렌딧 가상계좌로 원리금이 들어왔다. 출금을 신청했더니 주거래 은행 계좌로 돈이 입금됐다. 참고로, 실제 수익률(7.74%)이 예상 수익률보다 높았다. 부실 확률을 감안해 수익률을 계산했으나 실제로는 부실난 채권이 없어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신뢰도를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 좀 불편하다. 먼저, 투자금액을 1000만원으로 제한했다. 그리고, 회사 자금으로 ‘선대출’해 주는 걸 금지했다. 이걸 금지하면 지금의 포트폴리오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써티테크 8회는 심새롬 기자가 엔화 통장을 개설한 이야기다. 중앙일보 홈페이지(www.joongang.co.kr)에서 지면보다 먼저 만날 수 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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