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12번째 특검…검찰 수사 도중 출범은 4번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이 본격 수사 준비에 나서면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수사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검찰 수사 도중에 개시된 특검은 2003년 대북송금,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비리, 2005년 철도공사 유전개발 사건에 이어 네 번째다(특검 전체로는 12번째). 검찰 수사가 완결되기 전에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서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장 큰 문제는 중복 수사다. 최순실씨를 비롯해 안종범(57)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들은 검찰과 특검 양쪽에 소환돼 비슷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혹을 밝힐 중요한 진술을 받아낼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대검 중수부 출신인 문영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삼성·현대차·롯데 등의 기업 총수들처럼 소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사건 당사자가 많아 어느 한쪽에만 출석할 경우 전체 수사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검찰과 특검이 함께 진행한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비슷한 지적들이 나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 당시 대한변협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수사 대상이 편중되고 중복될 수 있다”며 특검 개시에 반대했다. 당시 수사 역할을 분담하지 않은 채로 특검팀이 출범하면서 역대 특검 중 성과가 가장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검찰과 특검이 역대 최대 규모의 매머드급 팀으로 꾸려진 만큼 수사에 대한 의지가 강해 ‘경쟁’ 구도가 생길 수도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중요 자료를 특검에 넘기지 않을 경우 전체 수사의 비효율을 불러올 수 있다. 특검 파견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선 특검 수사 후 새로운 죄명이 추가돼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이 최대 수치일 수 있다”며 “수사 의지가 없고 무능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일부 중요한 수사 자료를 남겨둘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이에 따라 최씨 등에 대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검찰과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특검이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2년 ‘디도스 특검’에서 특별수사관을 맡았던 장진영 변호사는 “특검은 특히 수사 기간과 인력이 제한된 만큼 의혹의 성격과 관련자를 효율적으로 분류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미·서준석 기자 cal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