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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미래 게놈 중심으로”…질병 예측해 맞춤 처방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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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달 30일 울산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제2회 게놈코리아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다.

울산 UNIST서 국제 콘퍼런스 열려
스마트폰·전기차와 차원 다른 기술
게놈 해독, 난치병·노화 해결 열쇠
5년 내 게놈 해독기 대중화 될 것

게놈의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울산시·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추진하는 ‘게놈코리아 프로젝트’의 발전 방향을 찾는 자리였다.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염색체에 담긴 유전정보를 말한다. 이를 해독하면 치유가 어려운 인간 질병과 노화·수명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미래기술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박종화 UNIST 게놈연구소장

박종화 UNIST 게놈연구소장

박종화(49) UNIST 생명공학부 교수이자 게놈연구소장을 만나 게놈의 연구동향과 미래 인간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물었다. 박 교수 팀은 지난달 24일 한국인 41명의 유전자 정보를 통합한 한국인 표준 게놈 지도(KOREF: KORean REFerence)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본지 11월 25일자 B2면>

그는 “게놈은 스마트폰·전기차와는 차원이 다른 미래의 기술”이라며 “침이나 혈액에서 게놈을 해독하면 뇌졸중·우울증·암·희귀질환 등의 발병 가능성과 노화·수명을 결정하는 생체 나이를 알고 처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난 10~11월 울산·밀양 시민 100명의 혈액에서 게놈을 분석해 게놈 건강 리포트를 제공했다. 참여자를 2019년까지 1만 명으로 늘려 희귀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밝히고 이를 기업에 제공해 산업화하는 것이 게놈 코리아 프로젝트의 목표다. 박 교수는 “분석 데이터가 많을수록 게놈지도의 정확도가 높아진다”며 분석대상을 1만 명으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게놈 지도는 지도를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한반도 사진을 한 장에 찍기 어려워 조각조각 찍어 퍼즐처럼 맞추듯이 각각의 유전 정보를 모아 한 사람의 게놈지도와 이를 통합한 표준 게놈지도를 완성해야 해서다. 맞춰야 할 조각이 수천억 개 이상이고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박 교수는 “게놈연구에서 앞선 미국·영국도 완벽에 가까운 게놈지도를 만들려면 15~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한 사람의 게놈지도를 만드는데 기간은 한 달에서 일주일로, 비용은 100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줄 정도로 발달했다. 또 인공지능(AI) 발달로 분석이 쉬워지면 게놈지도 완성은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형아 출산, 감기에 잘 걸리는 체질, 수명 연장 등 모든 것이 유전자와 관련 있습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에어컨·화장실·자동차처럼 생활 주변에 게놈 해독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질병 발병 여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박 교수가 밝힌 미래의 모습이다. 박 교수는 다만 “이미 영국에서 게놈 해독기가 판매되고 있으나 고가여서 대중화에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게놈지도는 신약·의료산업도 바꿔놓는다. 병에 걸릴 확률을 미리 알 수 있어 조기진단과 맞춤 치료를 할 수 있어서다. 정밀 데이터로 의사가 꼭 필요한 진단과 치료를 해 의료비도 줄일 수 있다.

사회적 합의는 넘어야 할 산이다. 박 교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유전자 정보수집의 어려움과 정·관계 등 각 분야의 이권 다툼이 연구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연구 원칙을 지키되 문제가 생기면 엄하게 처벌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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