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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야당보다는 대국민설득 주력|다음 대통령 후보 노대표가 가장 유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통령의 4·13특별담화는 민정당이 그동안 추구해온 정치목표와 과제를 기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내각제관철·지도자교체·재집권이라는 큰 목표중 개헌부담이 유보됐고 지도자교체가 좀더 가시화됐으며 정권재창출의 방법론이 한결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가 국민이나 야당과의 합의에 의해 이룩된 것이라기보다 편의에 따른 일방적인 의지 표명이라는 점에서 목표의 간소화가 곧 부담의 경감으로 직결되는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정당의 과제와 도전은 여전히 험난하며 전개과정의 변조를 예측키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봐야할것 같다.
지금까지 보여온「호헌대 개헌」↓「내각제대 직선제」라는 여야대결구조가「개헌유보대 철회요구」로 바뀌었을뿐 오히려 대결의 수위나 양상은 보다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민정당은 위약이라는 야당의 공격을 누르고 도대체 여당이 개헌문제에 관해 왜 자주 왔다갔다하는 가라는 국민들의 반발과 의혹을 무마시키면서 재집권을 확보해야 하는 도정에 들어섰다.
민정당은 이번 개헌유보조치가 초기의 개헌요구에 대한 호헌론보다 국민들의 이해가 훨씬 넓다는 전제위에 정국운영의 기조를 수립하고있다. 야당의 내분과 분당, 두김씨 진영의 직선제 유일 노선등으로 인해 개헌을 미룰수밖에 없다는 여권의 판단을 믿은 국민들이 납득할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담화후 민정당의 정국기조는 지금까지 야당을 맞상대로 사사건건 싸우거나 협상으로 문제를 풀려던 자세에서 국민을 직접 상대해 설득하고 호소하겠다는 폭으로 비중을 옮긴데서 출발하고 있다.
이를테면 김대중·김영삼씨에 대해서는 건전한 대화의상대가 될수 없다는 고압적 강경론을 노골화하고 재야·운동권의 도전은 공권력으로 단호히 대처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는 지자제실시등 민주발전 조치를 통해 민정당의 민주화의지가 야당이 주장하듯 결코 속임수가 아님을 캠페인하고 궁극적으론 현행헌법에 의한 대통령선거를 성공시키자는 전략인것 같다.
이같은 목표에 따라 민정당은 개헌문제에 대한 논리를 재정립하고 있다. 한마디로 올림픽을 치르고 난후 시간을 두고 내각제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불변의 당론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때도 야당이 내각제 합의에 응해와야 개헌이 가능하며 지금과 같은 내각제와 직선제의 극한 대결이 계속되면 현행헌법대로 갈수밖에 없지않느냐는 논리가 뒷받침되고 있다.
따라서 차기 정권이 과도냐 아니냐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하고 있다. 민정당이라는 지지기반이 있고 헌법에 임기가 정해져 있는 대통령을 과도적 정권으로 본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는 얘기다.
더우기 전두환대통령이 한때 정치권의 소문과는 달리 임기후 사인이 될것을 거듭 천명하고있고, 또 차기 대통령은 내각제 개헌이 되면 바로 수상후보가 될 사람이라는 점에서 허세적 의미의「과도」는 있을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다음 정권의 임기중에 내각제 합의개헌을 계속 추구하는것도 불변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때가서도 합의가 돼야 개헌할 것이므로 개헌시기를 지금 시점에서 미리 못박을수는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다음 정부의 임기는 내각제 합의개헌의 성사시기와 연결돼 있다는 논리가 된다.
이번 조치가 호헌이 아니라 개헌유보며 내각제개헌 의지는 불변이라는 맥락에서 민정당의 차기 대통령후보는 올림픽후 임기중에 내각제 개헌관철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을수 없는 형편이다. 또 민정당내에는 89년쯤엔 내각제 합의개헌이 될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으며 국가의 발전속도를 보나 국민의 눈이 무서워서도 현행헌법으로 어물쩍 7년임기를 한번더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상식이다.
금년내 대통령선거와 다음후보의 조기 가시화방침에 따라 대통령후보 선출문제는 이제 민정당의 초미의 과제가아닐수 없다.
『조속한 시일내에 국민의 지지를 받을수 있는 인물중에서 선출될것』이라는 대통령의 담화내용은 특정인물에 대한 힌트는 담고있지 않지만 현재로는 일단 노태우민정당대표가 가장 가능성이 많은 인물이라는데 큰 이론이 없다.
국민의 지지를 받자면 평지돌출은 생각할수 없는 일이며「조속한 시일내」에는 새인물이 부각될 시간여유도 없다고 보는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노대표는 이미 대표의원으로 연임됐고 전대통령으로부터 개헌의 전권을 위임받은바 있으며 여권내 위계질서나 체질로 보아서도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다. 이미 개헌유보책임을 전적으로 두김씨와 야당에 돌린 이상 지금까지 과정에서 설사 노대표의 정치력에 미흡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책임을 물을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노대표의 후계자화 작업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가능성을 충분히 점칠수 있다. 민정당은 후보선출을 의한 전당대회를 가급적 5월말이나 6월초쯤 끝내고 6월중 방미등으로 노대표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속셈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노대표와 민정당은 새로운 지도자의 부상과 대통령의 통치권누수라는 상반된 개념에 각별한 신경을 쓰면서 전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 분위기조성에 전력할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당정개편은 더욱 주목을 끈다. 개헌유보로 13대의원 공천권이 후임자에게 넘어감으로써 이번 당정개편은 전대통령의 통치철학과 인사방침을 마감하는 성격을 지닐지도 모르는데 후계구도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계자 지명을 무난히 받고 내부정리가 순조롭다고해서 노대표의 전도가 활짝 열리는 것은 아니다. 노대표는 이제 전대통령의 방패밑에서 안존하던 때와는 달리 직접 바람도 맞고 정치역량도 보여야하기 때문이다.
야당과 재야가 연합전선을펴 개헌유보 철회를 요구하고, 각종 유형의 장외투쟁을 거쳐 끝내는 선거인단및 대통령선거 보이코트운동으로 도전해 올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두 김씨를 배제하는 문제, 사법적 대응으로 야당의원을 정리하고 운동권을 공권력으로 누르는 과정, 지자제등 민주화조치가 국민을 설득할수 있을것인가 여부등 어느 하나 쉬운것이 없다.
만약 이같은 장애가 의도대로 극복되지않고 대통령이 비상한 수단이라도 강구해야할 상황이 온다면 민정당과 노대표는 또 다른 시련에 부닥치게 되며 정치의 앞날은 불가측 덩어리로 남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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