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발 연애 좀” 히로시마현 주민 모두가 중매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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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68만 명인 경상북도의 지난해 출산율은 1.46명. 전국에서 6번째로 높지만 최근 5년간 정체 상태다. 경상북도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산장려금 지급(첫째 10만원·둘째 이상 60만원), 미혼남녀 만남 주선(연 2회) 등을 실시한다. 내년에는 결혼·출산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하지만 내륙 지역의 고령화 등이 심화되면서 인구 전망은 밝지 않다. 전은진 경북도청 보건정책과 주무관은 “광역 지자체 중에선 출산율이 높은 편이지만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위기감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일 지자체 저출산 대책 살펴보니
일본 봉사단체 미혼남녀 미팅 주선
야구장·레스토랑서 커플 많이 탄생

경북과 비슷한 인구 수준(284만 명)인 일본 히로시마(廣島)현의 대응은 같은 듯 다르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40년까지 전체 인구가 47만 명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출산율은 2005년 1.34명으로 바닥을 찍은 뒤 지난해 1.57명까지 꾸준히 올랐다. 현 전체가 출산 장려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덕분이다. 경북과 마찬가지로 미혼남녀 만남 주선에 초점을 맞추지만 내용 면에선 차이가 크다. 레스토랑·야구장 등을 활용한 다양한 만남 이벤트로 497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유자키 히데히코 히로시마현 지사는 “2060년까지 인구 감소폭을 당초 예상보다 45만 명 정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혼(晩婚), 난임·불임 증가, 일·가정 양립 미비…. 한국과 일본의 지자체가 ‘동병상련’으로 고민하는 문제다. 저출산 현상과 인구 감소를 해결할 대안은 뭘까. 히로시마 등 일본 지자체는 연애·결혼 기회 제공, 저출산기금 조성 등을 내세웠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는 29일 저출산 문제에 대한 양국 지자체의 대응을 담은 세미나 자료를 공개했다. 세미나는 30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다.

히로시마현은 ‘연애’와 ‘결혼’에 주목했다. 히로시마현에 따르면 25~39세 독신남의 78%, 독신녀의 70%는 ‘연애 상대가 없다’고 답했다. 이를 개선하려 2014년 미혼 남녀를 연결해 주는 ‘만남서포트센터’를 개설했다. 회원이 7000명(지난달 기준)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또한 현내 자원봉사단체를 ‘만남 서포터스’로 임명해 연애 주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주민 모두가 ‘중매꾼’이 되자는 ‘사랑의 끈 프로젝트’도 지난해 시작했다. 이 밖에는 불임 검사비·치료비 지원, 의료 상담이 가능한 불임전문상담센터 운영 등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지바현의 인구 16만 소도시인 우라야스(浦安)시는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2014년 1.09명을 기록했다. 인구 유지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그해 30억 엔(약 313억원) 규모의 ‘저출산대책기금’을 조성했다. 기금이 생기면서 보육료 감면, 산전·산후 관리 사업 등이 가능해졌다. 지난 9월에는 ‘네우볼라’라는 모자건강관리센터를 만들었다. 임신기부터 자녀 취학 전까지 통합적인 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시설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주체적으로 저출산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 다카다 히로후미 교수는 “지방 인구의 주요 감소 요인인 저출산, 젊은 층의 대도시 유입을 함께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순은 서울대 교수는 “지방 분권형 행정체계를 구축해 권한과 재원을 지자체에 이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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