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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의지 강해야 병 고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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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위로의 말로 「힘을 내라」거나 꼭 나을 것」이라고 격려하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덕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환자 자신이 나을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이나 적극적인 투병 의지를 가질 경우 일반적인 감염 질환은 물론 각종 암의 치료율을 높일 수 있고 최근들어 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등장한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의 치료법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 실험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5년전까지도 심리 요법에 관한 논문은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미국·프랑스 등에서 의학자들이 동양 의학과 뿌리가 같은 「정신 신경병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출해내 이 방면의 연구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멀라스시의 암 연구 센터 「칼·시몬턴」박사는 심리학자인 부인과 함께 1백59명의 말기암 환자(1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선고를 받은)를 대상으로 명상 훈련법을 실시했다.
환자로 하여금 암세포가 자신의 면역 체계와 강력한 방사선에 의해 소멸되고 있다는 집중적인 자기 암시법을 하루 3번씩 실시한 결과 거의 모든 환자가 최소한 2O개월 이상을 생존했고 그중 25%는 완치 또는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78년에 발표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시몬턴」박사의 주장을 의심하는 가운데 미 국립 보건원(NIH) 의 생리학 연구팀이『뇌는 신경을 통해 인체가 질병에 대해 적극적으로 싸우도록 화학 물질을 분비하고 방어력을 높이도록 신호도 보낸다』고 발표함으로써 「시몬턴」박사의 실험 결과를 뒷받침하고 나섰다.
즉 뇌의 신경전달 물질과 호르몬·각종 화학 물질 등이 임파구·백혈구·거식 세포 등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주고 또 이들 면역세포는 세균의 침입 시 이 정보를 뇌로 보고해 뇌로 하여금 자신들을 활성화시키도록 상호교류를 하는데 이러한 메커니즘이 감정에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감정과 면역 체계와의 관계를 더 깊숙이 연구한 사람은 미 국립 정신 건강 연구원(NIMH)의 「캔더즈·퍼트」박사 (여) .
신경 약물학자인 그녀는 1975년 뇌속의 마약 성분 비슷한 엔도르핀이 감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혔고 83년에는 엔도루핀을 비롯한 50여종의 신경 펩티드가 인체 면역 체계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따라서 투병 의지를 상실하고 치료 희망을 포기한 사람보다 회복의 가능성을 믿고 강렬한 투병 의식을 가진 낙관적인 환자에게 있어서 신경 펩티드의 면역세포 활성화 기능이 강하기 때문에 질병의 회복이나 치료율이 높아지는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프랑스 트루대의「제라르·르누」박사의 연구도 흥미롭다.
「르누」 박사는 왼쪽뇌가 면역 기능을 촉진하고 오른쪽 뇌는 반대로 억제한다는 설명으로 뇌와 면역 체계와의 관계를 설명했는데 이것은 좌뇌가 긍정적인 감정, 예컨대 기쁨·희망·좋은 의미의 흥분·열망 등을 발현하는데 관여하고 우뇌는 반대로 무관심·절망·의기 소침·포기 등 부정적인 감정 표출에 관여한다는 것과 일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르누」박사는 그래서 좌뇌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훈련을 하면 분명히 질병 치료 효과를 높일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에 착안한 미국 연방 정부는 올해 NIMH에 1천1백만 달러를 배정해 정신 신경면역학 측면에서 AIDS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토록 지원했다.
AlDS는 면역 체계가 못 쓰게 돼 사망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혹시 이 같은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AIDS의 치료법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이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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