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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의학 교수가 적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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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나라 의료 대학의 기초 분야 교수는 기준수에 크게 부족한 대신 임상 분야 교수는 오히려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균형 있는 의학 교육 발전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일부 의대 및 부속 병원은 교육과 연구보다는 진료를 통한 수입 증대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있다.
지난 24일 의협 주최로 열린 「의대 증설과 의사 양산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대 의대 최삼섭 교수 (예방 의학)가 발표한 「의대 교육 현황」에 따르면 우리 나라 의과 대학의 86년 현재 교수 충원율은 기초 분야가 9백28명 기준에 5백37명으로 58%(85년 이후 신설 5개의 대 제외하면 66%) 에 불과한 반면 임상 분야는 50%나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로 보면 서울대 의대와 가톨릭 의대를 제외한 26개 대학이 기준 미달로서 특히 연세대 원주 의대는 27% (33명기준에 9명) 에 불과하며 경희·원광·조선·충남의대는 50%미만, 경북·계명·고신·부산·영남·이화·인제·전북·중앙대 등 9개 의대는 60% 미만으로 국립보다는 사립대의 기초 교수 충원율이 더 낮았다. 그나마 기초 분야 교수 중 28%는 비의학도 출신이었다.
이에 비해 임상 분야 교수는 가톨릭 의대의 기준수 대비 6·3배를 비롯, 고려·서울·순천향·연세·인제·한림 의대 등이 2배를 넘었고 이에 비해 경상 의대는 51명 기준에 24명으로 충원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의협 기획 연구실의 조사에 의하면 86년 현재의 의과 대학수는 71년에 비해 1백%, 학생정원은 77%가 증가했으나 교수 요원은 기초가 39%, 임상이 66% 증가에 그쳐 역시 심한 불균형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교수 1인당 학생수도 미국이 학생 1·3명에 교수 1명이나 우리는 9·1명에 교수 1인이었다.
기초 분야 가운데서도 기생충학이 충원율 19%로 가장 낮았고 이밖에 해부학·병리학· 약리학·미생물학·생리학·생화학이 24∼41%의 저조한 충원율을 보였다.
학생정원 1백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 나라의 의대 교원수는 58∼4백8명에 부속병원 병상수는 5백∼3천병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일본은 같은 1백명 기준에 교원수 90∼6백15명, 병상수 6백∼8백, 미국은 2백70∼6백명에 8백∼1천병상으로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의학과의 실험·실습 설비 기준도 83년의 1백20개 품목 5백9점에서 87년에는 1백18품목 1백82점으로 오히려 하향 조정되어 실습 교육의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최 교수는 우리 나라 의대의 교육 투자는 수익성만 너무 따져 임상 교육 또는 부속 병원 시설 우선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초 교원 부족 현상은 신설 의대의 증설 등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의대 교수 요원과 교육 시설의 부족 현상은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고 이 같은 상황에서 의대 증설과 학생 증원은 의학 교육의 부실은 물론 저질 의사의 양산으로 저질 의료·조잡 의료를 조장하고 의료비의 앙등을 초래할 뿐이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러나 의대 증설·의사 양산 반대에 앞서 「춥고 배고프다」고 엄살만 부릴 것이 아니라 의료인은 과연 할 일을 다하고 있는지 자성해야 하며 의료의 인간화, 의료의 제 모습 찾기와 함께 의학 교육의 질적 충실화와 기존 의료 인력의 적절한 배치·운영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우리나라의 의사 1인당 인구수는 1천2백14명(87년 3월 현재 현업 의사수만 따지면 약1천6백명)이며 미국은 4백44명, 영국 5백41명, 일본 6백28명, 홍콩 1천1백10명, 대만 1천3백82명 등이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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