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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문고 수집 10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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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 조상들이 지은 많은 책들이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채 먼 이국 땅에 묻혀 있다. 이우성 교수 (성균관대. 한문학)는 지난 10년간 이 책들을 찾아다녔다. 이제 그 결실로 그 동안 수집된 귀중한 문헌들이 영인본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자료들을 『서벽외사 해외수일본총서 (서벽외사 해외수질본 총서)』전30권으로 펴내기로 했으며 이미 17권을 영인해 냈다 (아세아 문화사간).
이 총서는 내용에 따라 △문집류 △야승·필기류△법제·잡보류△야담·단편류로 나눠 발간되며 총81종의 희귀 문헌을 담게 된다. 「서벽」은 이교수의 호다.
우리나라 책들이 해외로 대량 유출된 것은 크게 두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임신왜란 당시. 부산에 상륙한 왜군은 경상·충청을 거쳐 서울에 이르는 동안 도처에서 서적들을 약탈, 바다 저편으로 실어갔다.
이것들은 오늘날 존경각·봉좌문고 등에 보물처럼 귀중하게 보존돼 있다. 국내에선 아주 없어져 책 이름조차 잊어 버려진 것들이 일본에선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두 번째는 구한말·일제초. 병인 양요 당시 프랑스군은 강화도를 약취했으며, 일제는 『왕조실록』등 귀중 문헌을 공공연히 반출해 갔다.
이때 외국학자들이 수집·구입해간 책들도 허다하다. 특히 그후 적지 않은 일본 학자들이 개인 문고를 만들었는데 재산 누장서·금서 문고·하합문고 등은 그 예.
한편 해방 후 미국 쪽으로 흘러간 책들도 적지 않은데 미 국회 도서관· 하버드대 연경 도서관·캘리포니아대 극동 도서관·콜럼비아대 도서관 등에 소장된 것만도 상당한 분량이다.
이 교수는 이 수집 작업을 위해 일본에 세 차례, 미국에 두 차례 등을 다녀왔다. 특히 일본에서의 작업은 그의 불우했던 해직 기간 동안에 이루어졌다.
이 교수는 이 귀중 자료들을 혼자 서재에 비치해둬선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이미 몇몇 학자들에게 재 복사해 나눠줬지만 좀더 널리 학계연구에 활용케 하고자 영인 작업까지 하게된 것이다.
현재 펴낸 책중엔 조선 후기 작가며 특이한 의식 세계를 보인 학자였던 안석경(1718∼1774) 의 『뇌교집』(일보 동양 문고 소장) , 숙종대 매계거사란 사람이 쓴 인조 반정의 이면사를 담은 『강나대필』 (미 갤리포니아대 극동 도서관)을 비롯, 조선 후기 상품 조달과 뇌물 내용까지 기재된 상인 문서인 『토주계회계책』 (일본 경도대하합문고)등 다양한 자료들이 포함돼 있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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