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역 없이 ‘국정 농단’ 실체 밝혀낼 특검 후보 찾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를 열고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야당이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마치면 준비 기간을 거쳐 다음달 말께 본격 수사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 특검의 수사 대상은 ▶청와대 비서진의 최씨 등에 대한 국가 기밀 누설 ▶최씨 등과 정부의 미르·K스포츠재단 개입 의혹 ▶최씨 모녀의 각종 이권 개입 의혹 등 14개에 달한다. 이들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까지 수사한다는 점에서 가히 ‘수퍼(super) 특검’이다. 문제는 수사 대상이나 규모에 비해 기간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수사 기간은 1차 70일이고, 필요할 경우 대통령 승인을 받아 30일 연장할 수 있을 뿐이다. 검사 20명이 파견된다고 해도 제대로 수사하기에 빠듯하다.

특검 후보자가 중요한 이유는 힘든 여건에서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데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 나아가 검찰 조직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특검 수사를 둘러싼 갈등이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 능력과 도덕성, 조직 장악력 등을 두루 갖춘 특검이 나오지 않고는 돌파해 내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박 대통령 측의 문제 제기 여부를 떠나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여야 한다.

특검에 추천되거나 임명되는 인물을 놓고 시비가 벌어져 수사 자체가 난항에 빠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폭넓은 후보군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검증해 최선의 인사들을 추천해야 한다. 자기 당에 유리한 사람을 찾거나 특검·특검보 자리를 나눠 먹기 하는 등 정략적으로 접근하다 자중지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번 특검 수사 결과는 국회에서 추진 중인 박 대통령 탄핵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검은 오직 법과 원칙, 그리고 시민들의 진상 규명 명령에 따라 어떠한 성역도 없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책무가 있다. 야당은 물론 청와대도 이 점을 명심하고 특검 추천·임명 절차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