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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12월호] “김정은, 트럼프와 악수하고 싶어할 것”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국가원수 레벨에서 우호관계 기대, 러시아 푸틴이 가교 역할 나설지도
“미국, 북한, 한국, 일본이 참여하는 ‘극동 평화체제’ 구축 가능성도 있어”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보호주의와 경제지상주의에 입각해 트럼프를 분석했다.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보호주의와 경제지상주의에 입각해 트럼프를 분석했다.

미국 대선 결과는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에게도 혼돈과 충격 그 자체다. 1990년대부터 북한을 수시로 방문한 박한식(76) 조지아대 명예교수도 그중 한 사람이다. 미국 국적의 그는 마틴 루터 킹 목사 모교인 모어하우스대 초빙교수도 겸한다. 도널드 트럼프 승리 소식에 “그 사람의 정책이나 원칙을 아는 사람이 얼마 안 된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심각한 위기에 놓이지 않을까”라며 당혹감을 표시했다.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의 북·미관계 미래전망

지난해 말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을 끝으로 45년(1970~2015년) 동안 정든 교단을 떠난 박 교수는 “트럼프가 국내 문제는 물론이고 국제정치를 어떻게 요리할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고 혀를 찼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11월 13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론에 대해 “나는 절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정해버렸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뉴욕타임스는 내가 ‘더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마나 정직하지 못한 이들인가”라며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내 대표적 부동산 재벌로도 유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내 대표적 부동산 재벌로도 유명하다.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의 안보 정책을 자문했던 마이클 플린 전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도 "트럼프 정부에서 북한에 대해 어떤 고려를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전략적 측면에서 패를 숨겨야 한다”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대북 선제 타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북한문제에 대해) 현 단계에서 내 대답은 ‘답을 주지 않겠다는 것(non-answer)’”이라고 말을 아꼈다. 트럼프 진영의 여타 전략가도 당분간은 마이클 전 국장과 같이 모호한 스탠스를 취할 공산이 커 보인다.

이런 깜깜이 외교 국면에서 북한은 어떤 접근법을 꾀할 것인가? <월간중앙>은 11월 15일 새벽 미국에 있는 박한식 교수와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럼프의 당선을 북한은 어떤 심정으로 바라볼까?
“평양에서 미국의 맥(脈)을 잡을 수도 없고, 그럴 길도 없다. 미국이 어떻게 돼 가느냐에 대해 속수무책이고, 거기에 대해 일정한 견해도 없다.”

남북한 중 누가 미국 경제에 더 이로울까

북한이 그의 당선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대비했다고 보나?
“북한도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있는 걸 몰랐을 거다. 따라서 대비도 전혀 없을 것이고, 지금도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지 않겠나. 불과 한 달 전(10월) 북·미가 말레이시아에서 트랙1.5(반관반민) 대화를 가졌지 않나. 그때만 해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얘기할 만큼 양국 관계가 예전보다 낙관주의로 갔었는데….”

가장 최근 방북은 언제인가?
“지난해 7월이다. 그러고 나서는 몸이 아파 활동을 자제했다. 하지만 북한 사정은 어지간히 안다. 지금도 (북측 관계자들과) 접촉을 하고 있다. 내년 한국 대선 전에 통일 문제와 관련
한 책을 한국에서 펴낼 계획이다.”

정치학자로서 트럼프를 관찰하고 연구했을 텐데.
“그는 원칙 없이 움직이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내가 보기엔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해 있는 것 같다. 첫째는 보호주의다. 멕시코인들을 못 오게 하고, 이슬람 이민자들을 배격하는 것 전부 보호주의의 산물이다. 이민자들을 막아 미국이 다시 한 번 위대해지고, 순수한 백인 사회의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이런 입장을 유지하기 어렵겠지만 아무튼 그는 보호주의자다. 둘째는 돈벌이를 중시하는 경제지상주의자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이율배반적일 때도 있다는 게 문제다. 보호주의를 하면 경제에 해가 될 수 있고, 경제 이득을 추구하면 보호주의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 양자 간의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그의 고민거리다.”

평양 시내에 설치된 선군정치 구호판. 북한 핵개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불러왔다.

평양 시내에 설치된 선군정치 구호판. 북한 핵개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불러왔다.

이념의 잣대로 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로 들린다.
“그는 또 절대 특정 이데올로기의 신봉자(Ideologist)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관철하고자 경제적, 사회적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은 혼자서 나라를 움직이는 직분이 아니다. 의회도 있고, 국가간 관계도 있다.”

트럼프의 대북(對北)관을 어떻게 예상하나?
“그게 참 어렵다. 왜냐면 정치인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런저런 자기 견해를 내놓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을 기존과 다른 차원, 다른 시각에서 보자는 의욕은 굉장히 강한 것 같다. 기성 정치인, 기성 정당과 다르게 자기가 주도하는 정책을 내세우려는 욕구 말이다.”

선거 전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을 미국에 초청해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트럼프로서는 과거에 누구도 하지 못했던 굵직한 획을 하나 긋자고 생각하자면 그게 북한일 수 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 및 복원도 있고, 김정은과 만나서
악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김정은은 두말할 나위 없다. 트럼프하고 악수하고 머리를 맞댄다면 국내외 입지가 달라지니까. 그 역할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하지 않을까 싶다. 블라디보스토크나 도쿄, 베이징 같은 국제회의 장소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도록 하는 교량 역할을 푸틴이 할 수 있고, 푸틴 본인도 의욕이 있을 것이다.”

햄버거에 어떤 함의라도 있다고 보나?
“대화에 방점이 있는 게 아니고 햄버거에 방점이 있다고 본다. 북한 김정은이 미국 음식인 햄버거 먹는 걸 바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의 역점은 죄다 북한 핵무기, 인권 같은 주제에 쏠려 있었는데 트럼프는 그걸 다 벗어버리고 다른 것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변화가 있을 것 같다.”

“핵보유국 책무 공동이행”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만남에 호응할까?
“김정은이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처지에 있다. 경제가 말이 아니다. 북한은 이 모든 게 다 주적(主敵)인 미국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제 미국에 엉뚱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왔으니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의욕이 생길 법하다. 국가가 유지되는 데는 지도이념과 안보, 경제 이 세 가지가 필수다. 김일성은 주체사상, 김정일은 선군정치와 핵을 성취했다. 김정은은 이제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미국에 막혀 꼼짝 못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 없인 경제성장을 포함한 모든 게 안 풀린다. 국가원수 레벨에서 우호관계를 구축하고자 할 것이다.”

11월 15일 북한 핵심 당국자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이 중국 베이징공항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가 미국측 인사들과의 접촉에 나섰다는 해석을 불러왔다. 더 구체적으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트럼프 측 민간 인사들과 만나리라는 관측도 따랐다.

북한도 기민하게 움직인다.
“적극성을 보인다. 미국과 외교의 길을 트자는 것이다. 살 길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경제를 일으키려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아주 현명한 대응이다.”

북한 핵문제는 어떻게 다뤄질 전망인가?
“우선 트럼프는 북한 핵 문제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철저하게 경제적 기회가 있는 사회인가 그렇지 않은 사회인가로 따질 것 같다. 북한 핵도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기업인 출신 트럼프의 외교·안보 접근법을 추론해본다면?
“북한 핵을 예로 들어보자. 북한이 핵을 가진다는 것은 남한이 중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미국이 한국에 무기를 수출하게 된다는 말이다. 한국이 정치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고 ‘악마’로 덧칠하면 할수록 미국은 한국에 무기를 많이 팔아 경제적 이득을 본다. 트럼프는 종전처럼 북한을 호전적 국가로 만들어 무기를 파는 이득과는 별개로 북한이 갖는 경제적 가치를 따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셈법에 북한의 경제적 가치가 포함된다는 말로 들린다.
“북한에는 광물이 풍부하고 원유도 있다. 매장량이 상당하다고 본다. 트럼프가 북한의 광물이나 유전 같은 데 착안해서 경제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생각한다면? 한국으로의 무기 수출에서 오는 경제적 이득과 북한의 부존자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을 따진다면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세계 최대 경제력을 자랑하는 미국에 북한 같은 최빈국의 경제적 가치가 무슨 의미를 가질까?
“트럼프는 국가 경영을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다. 그에게는 경제적 이득이 큰 의미로 다가설 수 있다. 판이 이상하게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경제적 가치 때문에 이념과 전통을 포기한다는 건가?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는 공화당 기준으로 외부인에 속한다. 공화당이 생각하는 외교, 가치와 트럼프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괴리가 크다. 공화당과 이런 문제를 교통 정리하고자 할 텐데 잘되지 않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 오바마는 전략적 인내를 통해 비핵화를 밀어붙였다. 트럼프는 대선 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언급하는 등 전통적 비핵화 노선에서 이탈하는 느낌을 줬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對)북한 하드라인 폴리시(Hard line policy, 강경노선)는 한 번도 북한을 휘어잡지 못했다. 북한 봉쇄도 효과가 별로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렇게 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냐고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북한 김정은이 가장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노선으로의 전환을 말하나?
“(북핵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북·미 관계를 개선하자는 생각은 김정은도 갖고 있을 것이고, 트럼프도 그렇게 가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정부에서 북한은 오히려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트럼프는 트럼프대로 북한 핵의 비확산에 눈길을 줄 수 있다. 북한을 있는 그대로의 핵 국가로 인정하고 외부로의 수출을 금지하는 쪽으로 이동한다는 낌새는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 이미 감지됐다. 나는 오바마가 제시한 세계 비핵화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러자면 북한과 이란을 비핵화에 동참시켜야 한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김정은에게 ‘너희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신 핵보유국으로서의 책무를 우리와 같이 이행하자. 그건 핵의 비확산을 통한 세계 비핵화다’라고 제안할 수도 있다. 북·미 관계가 대결에 서 협력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 불거질 것”

결국 북한 핵 폐기가 아닌 동결을 전제로 한 제안도 가능하다는 얘긴데.
“필연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다. 지금까지 개발한 핵은 동결하고 (핵보유국의 책무를  다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이런 쪽으로 가면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흥정거리가 하나 생기는 셈이다.”

북한의 핵무장이 대중 관계의 지렛대가 된다는 말인가? 가능할까?
“북한 핵을 인정하면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만들려 들 것이다. 중국은 아주 골치가 아파진다. 핵 군비 경쟁을 제지하고자 중국은 애를 쓸 것이다. 미국에 경제적 양보를 불사하면서까지 말이다. 이 지점에서 흥정이 가능하다.”

트럼프가 북한의 광물이나 유전 같은 데 착안해서 경제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생각한다면? 한국으로의 무기 수출에서 오는 경제적 이득과 북한의 부존자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을 따진다면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럼 한국은 어떻게 되나?
“아마도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안보를 미국에 의지해왔다. 이제는 정신을 차려서 한국이 나갈 길을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 미국을 따라가는 시대가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그렇게 쉽게 포기될 사안인가?
“트럼프는 이해타산에 따라 결정하지 이념에 따라 결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남한을 수호하고 공산주의를 격퇴하고자 북한을 벌 주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는 이미 이념의 잣대를 넘어선지 오래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도 있나?
“그건 북한이라는 나라가 핵무기를 얼마나 철저하게 추구하는지, 핵무기가 갖는 의미가 얼마나 심대한가를 제대로 몰라서 하는 소리다. 북한은 정권의 정통성을 핵에서 찾는다. 핵의 가치는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핵을 포기하는 것은 정통성을 버리는 것과 같다. 정통성을 포기하는 국가는 존속할 수 없어 망하게 된다. 그렇기에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라도 그걸 막을 수 없다. 전쟁을 불사한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북한의 핵화(核化)를 막지 못한다.”

트럼프가 북한 핵 문제로 선제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공습을 한다고 해도 김정은이 지하로 숨어버리면 그만이다. 결국 북한을 공격해서 뜻한 바를 이루자면 지상군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건 다른 문제지 않은가. 또 북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반격을 하던가, 동시에 공격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한국은 묵사발이 된다. 한국과 극동에 있는 미군들도 다 파괴된다. 괌, 오키나와 주둔 미군도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의 대상이 된다. 어쩌면 북한이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

평양의 자라 양식공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그는 경제 발전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평양의 자라 양식공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그는 경제 발전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무모하지 않나?
“외교정책을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길이 안 보이는 나라가 북한이다. 궁지에 몰리고, 미국이나 한국이 지휘부를 타격하려 든다면 바로 전쟁이다. 북한은 자살 멘털리티(Suicide mentality)가 있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심리에서 전쟁을 도발할 수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북한이 체제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 먼저 공격해오는 일은 없으리라 단언했다. 통일이라는 명분으로 물리적 침범을 했다가는 한반도 전체가 잿더미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나아가 “북한도 남한 사회의 특성상 사회주의화가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안다”면서 “무력에 의존한 통일보다는 연방제 통일을 추구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은 “북한 안팎에서 김정은 교체 여론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며 대안으로 김평일 체코 주재 북한 대사를 거론했다.

“나도 몇 년 전에 (북한 권력이) 김정일에서 김평일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김정일이 김평일을 더 선호한다고 봤다. 김평일의 생김새가 김일성과 꼭 닮았다. 김정일하고는 어머니가 다르다(김정일은 김정숙, 김평일은 김성애 소생). 지금 단계에서는 김평일로 권력이 넘어가거나 체제 변동이 온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 우상화 작업이 상당히 많이 진전된 상태다. 김정은을 몰아내고 김평일을 옹립한 만한 세력이 북한 내에는 없다. 자칫 잘못하면 김평일이 (처형된 김정은 고모부) 장성택 꼴이 날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 대북(對北) 정책 새로 짜야 할지도”

북한의 정권교체가 완전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물론 앞으로 그런 세력들이 형성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장성택의 전례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하지 않을까. (북한의 권력은) 김씨(김일성) 집안사람이어야 한다. 김평일은 그 핏줄을 받은 집안사람이다. 김평일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북한이 중국의 손을 놓고 미국과 손잡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을까?
“아주 재밌는 가정이다. 북한에 좋고 미국도 마다할 게 없다. 그렇게 되면 한·미, 미·일 우호관계가 결정적으로 흔들린다. 한국과 일본은 대(對)북한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 안보체제를 허물고 평화체제로 이행해야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고립될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 손을 잡는다고 해서 설마 오랜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청산하려 들까?
“미국의 전략이 바뀌는 거니까…. 그럴 경우 한국과 일본도 달라진 상황에 동참해야 한다. 미국은 자국과 북한, 한국, 일본이 참여하는 극동 평화체제를 구상하리라 본다.”

중국의 반발이 있지 않을까?
“북한 핵 자체가 중국에 적지 않은 누를 끼쳤다. 북·미 관계가 호전되면 중국도 편안하게 미국을 대할 수 있다. 북한 핵 때문에 중국도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 않나. 북한 비핵화는 중국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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