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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드세어진 「교직 우먼파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학교에 있어보면 여교사들에게 열등감을 갖게됩니다. 그래서 교단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때도 있어요.』
14일하오 서울강남의 공립A중 교무실에서 만난 L교사(38·수학). 주로 경제적인 문제로 기죽을 때가 많다고 했다.
『4월에 1천만원 적금을 타면 반포A아파트 40평짜리로 옮겨야겠어요.』
30대 초반의 여선생님들끼리 주고받는 얘기에 「남자의 자존심」이 상한다고 풀죽어했다. 교직경력 12년인 L교사는 영등포의 25평 아파트에서 빠듯이 살고 있다.
『4식구가 50여만원의 봉급으로는 살기에도 힘들어 저축이나 집을 늘린다는 생각은 엄두도 못낸다』며 『저 여선생님은 경력9년에 남편이 큰 회사 과장으로 둘이서 벌어 살아가는 형편이 우리와는 비교가 안된다』고 했다.
A중 교사는 모두 87명. 여자55명에 남자32명이다.
『여선생님 55명 가운데 미혼 23명을 제외하곤 모두 맞벌이부부죠. 생활정도는 중상류 이상입니다. 미혼인 여선생님들도 집안이 남선생님들에 비해 상당히 좋은 편들입니다. 미혼인 선생들은 월급을 일부는 저축을 하지만 자기만을 위해 몽땅 쓰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남선생님들은 맞벌이부부(교사끼리가 3명)선생님 5명을 제외하고는 27명 모두 혼자 벌어 생계를 꾸리자니 중하류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선생님들 가운데는 교직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전국의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련의 조사보고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전체응답자의 33·1%만이 교직이 남자에게 맞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나마 여교사들은 29·8%만 남자적성에 맞는 직업이라고 응답했다.
서울시내의 공립중에서는 여자가 전체교사 10명중 6명을 차지, 가끔 남녀간의 갈등도 없지 않다.
『선생님들이 남학생을 반장으로 하려는 경향이 많은데 이것은 시정해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학급전체학생들의 투표에 따라야 합니다』
지난9일 A중의 직원조회에서는 남선생님들의 반장선거를 둘러싼 「성차별」을 들고 나와 남선생님들을 공격했다.
『학년 중심으로 직원조회를 할때면 1, 2학년에서는 남자교사들이 여교사한테 몰릴때가 많아요. 이번 반장선거에서도 남자선생은 남학생을 반장으로 뽑으려는 경향때문에 여교사들의 반발을 받았지만 청소구역설정이나 학급운영에 남녀차별을 두는 경우가 있다고 여교사들이 반발하고 나설때가 종종 있습니다.』
K교장(57)의 말. 가령1학년의 경우, 18학급 담임중 12명, 2학년은 16학급중 11학급이 여선생님 담임이기 때문에 여교사 파워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교사들이 크게 늘어 어떤 측면에서는 학교운영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겠죠. 지난해에는 여교사 3명이 임신, 수업에 지장을 준 일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여교사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Y교사(27·여)가 여교사를 대변하고 나섰다.
『모두 남녀구별없이 능력에 따라 일을 분담하면 되지 않느냐』며 『학생들을 자상하게 보살핀다든지, 예능교육 등에서 오히려 장점이 많다는 사실을 조화롭게 활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여교사들은 학부모나 사회로부터 지적되는 결함을 보완키 위해 두달에 한번씩 자체연수를 실시, 문제학생지도에 대한 의견교환·수업방법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한다. 결혼한 여교사들은 학교에서 집안일에 신경을 쓰다가 빈축을 사는 그런 일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를 자체 반성하기도 한다는 것.
『어떤 때는 무의식중에 애기돌보고 장보는 일까지 한참 이야기해놓고 전화를 끊을 때 옆에 남자선생님이 계시면 면목이 없을 때가 많아요.』
Q여교사(49)는 『우리 여교사들이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해 여교사가 싫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노력해야죠』라고 했다. <김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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