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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소설 잇달아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70년대 중반을 전후해 데뷔하여 10여년 간 주로 본격소설들을 집필해온 김상렬·유익숙·이청씨 등 40대 초반의 작가들이 각각 단행본을 간행해 문단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편 『붉은 달』(김상렬), 『불의 대리인』(유익숙)과 창작집 『우리들의 초상』(이청) 등.
이들은 이른바 「인기작가」들과는 달리 그동안 재미있으면서도 사회성 짙은 작품세계를 구사해 수준 높은 독자들에게 은밀한 즐거움을 주어왔던 작가들이다.
김상렬씨(40)의 『붉은 달』은 우리 현대사가 신미양요이래 1백여 년 동안 단 한번도 미국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난 일이 없다는 역사의식 속에서 미국과 직·간접으로 관련되면서 살아온 한 가족사를 조명하고 있다.
신미양요 때 미국의 총에 맞은 증조부를 비롯해 6·25때 상이군인이 된 큰오빠, 카투사 복무 중 미군을 찌른 둘째 오빠, 월남전에 참전해 강대국의 뒷모습을 본 막내 오빠(모두 이복형제), 양 색시가 되었다가 혼혈아까지 낳고 버림받은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가 연작형태의 장편으로 전개되고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나라와 나라 사이의 역학관계를 점검하고 돌고 도는 역사의 아이러니도 함께 짚어보고자 했다』고 밝히고있다.
유익숙씨(42)의『불의 대리인』은 전작 장편소설로 재벌회사 대표들의 산업시찰단이 탄 비행기가 공중납치 된 경우를 가상, 이야기가 전개된다.
납치범들의 목적은 재벌의 「돈」이 아니라 그들의 과오를 시정하자는 것으로 경제성장 과정에 얽힌 기업의 모순을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3년여 동안 경제 분야를 밀도 있게 취재했다는 유씨는 『이 작품은 단순한 상상의 소출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대의 한 부정적 증후군을 제거하려는 강한 소망을 담고 있다』고 작품의도를 설명했다.
이청씨(41)의 『우리들의 초상』은 중·단편집으로 「육체의 계약」「정어리」「부흥회」등 10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육체만이 전부인 전방 부대에서 한 여인과 계약결혼을 시도한 주인공의 갈등을 그린 「육체의 계약」을 비롯해 60∼70년대 젊은이들의 고적한 모습을 매우 극적인 구성으로 작품화하고 있다.
15년만의 첫 창작집.
이씨는 『문학작품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전체의 자각을 흔들어 깨우는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작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양헌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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