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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정씨 석방 위해 윤병세 외교부장관 친서 멕시코 정부에 전달

중앙일보

입력

멕시코 산타마르타 교도소에서 ‘한인 마피아’로 몰려 11개월째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디자이너 양현정(38) 씨 사건(중앙일보 9월13일 10면, 10월 6일 14면 참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돼 외교부가 고위급 인사를 멕시코에 파견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멕시코에서 억울한 옥살이 중인 디자이너>
10월 말 석방 기대했으나 검찰 항고로 무산
보고 누락 등 부적절 처신한 경찰영사는 직무정지,
감사원도 멕시코 공관 직무 감찰 중

외교부는 또 11월25일 호주에서 열리는 믹타회의(MIKTA: 중견국협의체로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 5개국 참여)에서 윤병세 장관이 멕시코 외교부 장관과 양씨 석방문제를 재협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사건 초동 대응 과정에서 영사조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모 경찰영사의 직무를 정지했다. 감사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의 전반적인 직무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직무감찰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감사원 직무 감찰 결과가 12월 초까지는 나올 것으로 보고 그에 따른 징계 절차 등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있는 산타마르타 아카티틀라 교도소. 양현정 씨를 포함해 1600여 명의 미결수와 장기복역수가 수감돼 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있는 산타마르타 아카티틀라 교도소. 양현정 씨를 포함해 1600여 명의 미결수와 장기복역수가 수감돼 있다.

양씨는 멕시코시티에 있는 한인 업소인 W노래주점 여종업원들을 인신매매 해 감금하고, 강제로 매춘 행위를 시킨 뒤 임금을 갈취하는 등의 혐의로 지난 1월15일 현지 검찰에 긴급 체포된 후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멕시코 연방법원은 10월 4일 양씨 측의 이의제기(암파로: 구속기소 등 법적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다투는 일종의 헌법소원)를 받아들여 검찰 측의 구속기소가 법적 효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양씨를 포함해 사건의 무대가 된 W노래주점의 여종업원들에 대한 조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를 포함해 검찰 측이 제시한 각종 증거가 근거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애견옷 디자이너로서 국내에서 온라인숍을 운영하던 양현정(38) 씨는 지난해 11월 멕시코로 여행을 떠났다가 현지에서 체포돼 11개월째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

애견옷 디자이너로서 국내에서 온라인숍을 운영하던 양현정(38) 씨는 지난해 11월 멕시코로 여행을 떠났다가 현지에서 체포돼 11개월째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

양씨가 종업원들을 인신매매 했다거나 이들에게 강제로 매춘행위를 시킨 뒤 임금을 갈취하는 등 불법 행위를 했다는 멕시코 검찰의 수사 내용이 허위나 다름없는 것으로 판명난 것이다. 이에 따라 사건이 종결돼 양씨가 곧 석방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멕시코 검찰이 항고하면서 재판 절차가 다시 시작됐다. 멕시코 사법 절차 진행이 한국에 비해 느린데다 12월 중순이 지나면 내년 초까지 멕시코 법원은 긴 휴무 기간에 들어간다. 이런 현지 사정 때문에 자칫 올해를 넘겨 내년 봄이 돼야 양씨의 석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외교부는 재외동포국 고위급인사인 한동만 영사대사를 11월 6일부터 3일 일정으로 멕시코 현지에 파견했다. 지난 9월 말 한 대사가 멕시코를 방문한 이후 40일 만이다. 한 대사는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친서를 멕시코 외교부 정무차관에게 전달했다. 한 대사는 이 자리에서 “한국과 멕시코가 오랜 우방으로서의 전통이 있고 향후 외교, 경제 등 상호 발전을 위해 멕시코 정부가 양씨의 조기 석방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사는 담당 법원의 법원장과 판사, 검찰 관계자 등 현지 사법당국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한 대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양씨 등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하며 조속한 재판 진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멕시코 법원 관계자는 “가급적 연내에 최종판결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한 대사는 “멕시코 당국의 협조 여부에 따라 빠르면 12월 중순 전에 재판절차를 마치고 석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대사는 산타마르타 교도소를 방문해 교도소장에게 양씨에 대한 처우를 각별히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한 뒤 양씨를 면회했다.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면회에서 한 대사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설명하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멕시코 검찰은 지난 10월 중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결론 난 연방법원 암파로 판결에 불복해 항고했다. 항고이유서에 포함된 한국 공관 경찰영사와 통역사의 진술서. 두 사람의 자필 서명이 포함된 이 진술서에는 한국인 여종업원들이 정상적으로 통역의 도움과 영사 조력을 받으며 조서를 작성하고 서명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멕시코 검찰은 지난 10월 중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결론 난 연방법원 암파로 판결에 불복해 항고했다. 항고이유서에 포함된 한국 공관 경찰영사와 통역사의 진술서. 두 사람의 자필 서명이 포함된 이 진술서에는 한국인 여종업원들이 정상적으로 통역의 도움과 영사 조력을 받으며 조서를 작성하고 서명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멕시코 검찰은 지난 10월 중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결론 난 연방법원 암파로 판결에 불복해 항고했다. 항고이유서에 포함된 한국 공관 경찰영사와 통역사의 진술서. 두 사람의 자필 서명이 포함된 이 진술서에는 한국인 여종업원들이 정상적으로 통역의 도움과 영사 조력을 받으며 조서를 작성하고 서명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멕시코 검찰은 지난 10월 중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결론 난 연방법원 암파로 판결에 불복해 항고했다. 항고이유서에 포함된 한국 공관 경찰영사와 통역사의 진술서. 두 사람의 자필 서명이 포함된 이 진술서에는 한국인 여종업원들이 정상적으로 통역의 도움과 영사 조력을 받으며 조서를 작성하고 서명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본지가 입수한 멕시코 검찰의 항고이유서에 이모 경찰영사가 사건 초기에 서명한 일명 ‘영사진술서’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영사진술서’는 W노래주점 여종업원들의 1차 진술서(양씨 구속의 결정적 증거물이 된 진술서)가 전혀 문제가 없고 합법적으로 작성됐다는 것을 한국 경찰영사가 인정하고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멕시코 검찰이 공개한 ‘영사진술서’의 주요 내용이다.

“이번 심문조사에서 피해자 신분으로 있는 한인 여성 5명과 면담을 했음을 확인합니다. 이들은 영사관의 관여를 요청했고, 이들에게 영사관이 조력할 수 있는 부분을 알렸으며 (중략) 검찰 심문을 통해 작성된 진술서에 서명하기 전에 최OO이 나와 피해여성들 앞에서 한국어로 읽어주었습니다. 한인 여성 5명은 자신들의 진술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한 후 서명했음을 확인합니다.”

이모 경찰영사는 외교부에 검찰의 항고이유를 보고하면서 이러한 내용은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 관계자는 “멕시코 검찰의 주요 항고 이유를 충분히 보고받지 못했다”며 “추후 누락된 사실이 확인돼 이모 경찰영사를 일단 직무정지 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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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양현정씨 사건과 관련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양현정씨 사건과 관련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건초기 이모 경찰영사와 함께 멕시코 검찰청에 들어간 통역사 최모씨가 10만 페소(570여만원)를 검찰 관계자에게 뒷돈으로 건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 의혹이 일고 있다. 당시 최씨는 W노래주점 업주 가족인 이모씨에게 “검찰 관계자와 협상 끝에 50만 페소를 내면 조서를 잘 꾸며 최대한 빨리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상황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모씨는 “다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단 착수금 조로 최씨에게 10만 페소를 현금으로 건넸고 검찰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씨 역시 “10만 페소를 전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함께 있던 이모 경찰영사가 외교관 신분으로 이런 불법적 뒷거래를 알고 있었는지, 또 뒷거래 과정에서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등이 논란거리다. 현지에서는 배달사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 상태다. 감사원은 10만 페소 뒷돈 전달 의혹을 포함해 이번 사건 전반에 걸쳐 직무감찰을 진행 중이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자세한 내용은 18일 발간되는 <월간중앙> 12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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