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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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모래에서 만들어진 까맣고 윤이 나는 얇고 조그마한 돌조각이 반도체다.
손톱크기의 이 작은 실리콘(규석) 박판이 지금 인류의 기술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그때문에 이 시대는 실리콘 우기시대라고 불리고 실리콘은「마법의 돌」이란 별명을 얻고 있다.
2백만년 전 호모 하빌리스는 자연의 돌을 이용하는 구석기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지금 인류는 마법의 돌을 이용하는 피나는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전신전화(NTT)가 엊그제 세계 최초로 16메거비트의 초대용량 DRAM을 개발해낸 것은 그 현대인류의 기술적 극치의 한 심별로 평가할 수 있다.
그것은 새끼손톱 크기인 1평방cm의 실리콘 칩에 한자 1백만자, 신문으로 치면 64페이지의 정보를 기억시킬 수 있다.
세로 8·9mm인, 가로 16·6mm의칩 위에 약 4천만개의 트랜지스터나 컨덴서등 회로 부품을 집적시킨다는 것 자체가 기막힌 얘기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 칩은 신문64페이지 분량의 정보를 0·4초 이내에 읽어내고 써넣고 할수 있다.
그 회로 부품들은 전자빔으로 만들어진 0·7미크론(1미크론은 1천분의 1mm)폭의 미세한 전자회로로 얼기설기 연결돼 있다.
이 16메거비트 개발로 인공지능등 폭넓은 응용이 기대되는 외에 컴퓨터의 고기능과 소형화가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적 관심은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기술경쟁을 유발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반도체 메머리의 개발에는「3연4배」라는 경험이 있었다. 기억용량이 4배 느는데 3년의 개발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4K비트에서 1메거비트까지의 제품이 등장하는데는 12년이 경과하고 있다.
최초의 IC(집적회로)가 출현한 것이 59넌이고 1K비트 메머리가 출현한 것이 74년인데 비해 64K비트는 76년, 2백56K비트는 82년, 1메거비트는 84년으로 가속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것은 어떻건 새로운 제품개발에 따라 가격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1비트당 가격은 10년간 1백분의 1정도까지 떨어졌다. 82년에 2백56K는 개당 25달러였으나 지금은 2달러로 폭락했다.
86년9월에 30달러였던 1메거는 지금 10달러에 불과하다.
1메거를 개발한 단계에 있는 한국의 반도체기술이 16메거비트를 개발한 일본과 그 뒤를 따르는 미국의 기술을 어떻게 극복하는가는 지금부터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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