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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속어 사회현실 예리하게 반영|경희대 서정범 교수 27개 시리즈 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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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대학생 사회에서 유행한 수수께끼 식 속어의 두드러진 현상은 뚱뚱보·대머리·올림픽·한자풀이·도박·노래 시리즈가 새로 등장한 점이다. 서정범 교수(경희대·국어학)는 지난해 대학생들의 수수께끼 식 속어들을 조사, 85년의 드라큘러·호박·유언 시리즈가 사라지고 새로 뚱뚱보 등 6종류의 시리즈가 등장, 총 27개 시리즈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현대사회 현상을 첨예하게 반영하고 있는 이들 수수께끼 식 속어들 중 새로 선보인 뚱뚱보 시리즈는 비만증에 고민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뚱뚱보 부인이 체중을 줄이려고 말을 타기로 했다. 부인은 자기가 올라타도 견딜 수 있는 살이 찐 말을 골라 탔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살펴보니? 『말만 날씬해지고 자기 몸무게는 그대로 있었다.』
대머리 시리즈가 새로 등장한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서 교수는 ▲머리카락 두개만 남았을 때? 『가르마를 탄다』란 것을 지난해 가장 뛰어난 웃음을 준 속어의 챔피언으로 꼽았다.
올림픽 시리즈는 86아시안게임이 준 충격과 화제를 반영하고 있다.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 나라가 좋은 성적을 올린 이유는? 『운동권 학생이 많으므로』△장애자 올림픽에서 단연 금메달을 따낼 나라는? 『네팔』
한자풀이 시리즈는 학생들의 한자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준다.
△?자는 ? 『땐스 땐』 자. △?자는? 『뻔할 뻔』 자.
도박시리즈는 일부이긴 하나 학생사회에 도박심리가 만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르코스 고스톱·엿장수 고스톱 등 놀이형태가 다양하다.
이밖에 기존의 시리즈 중 새로 선보인 속어들을 보면.
△개구리 시리즈=숲 속에 살고 있는 토끼가 생일 잔치에 개구리도 초대했다. 개구리가 큰 입으로 음식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 것을 본 토끼가 괘씸한 생각이 들어 『입 큰놈 나가』했다. 그러자 개구리가 슬피 울었다. 토끼가 불쌍한 생각이 들어 『왜 우느냐』고 했더니 개구리가 『하마가 불쌍해서….』
△정신병자시리즈=간호원이 정신병자에게 산수를 가르치고 있었다. 간호원-『1+2=3입니다. 그러면 2+1은 얼마입니까』 환자-『쉬운 것은 지가 풀고 어려운 문제만 나보고 풀래.』 △준말시리즈=개포동은? 『개도 포기한 동네』 남자들의 일광욕을 다섯 자로 줄이면? 『고추 말리기』. 고부간의 갈등은? 『고고를 출 것인가 블루스를 출 것인가의 갈등』. A·I·Q·S는? 『후천성I·Q결핍증』.
△속담·격언 시리즈=『못 올라갈 나무는 사다리 놓고 오르더라』『버스 지난 간 뒤 손들면 백밀러 보고 선다』『젊어서 고생은 늙어서 신경통』『호랑이한테 물러가도 죽지만 않으면 살수 있다』『고생 끝에 병』『아는 길은 곧장 가라』.
△수수께끼 시리즈=진짜숫처녀와 숫총각의 결혼은? 『천연기념물』. 못 사오게 했더니 사온 것은? 『못』. 「결혼하다」의 미래형은? 『이혼하다』 백두산에 머리를 두면 꼬리가 제주도, 앞발은 경상도, 뒷발은 전라도에 닿는 말은?『거짓말』. 노처녀의 유일한 자랑거리? 『시집 갈 뻔했다』.
또 그 밖의 시리즈로 △정원을 초과한 배가 위급한 상황을 만났다. 어쩔 수 없이 3명은 희생돼야 할 형편이다. 이때 영국사람이 용감하게 일어나 『대영제국만세』하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또 미국사람이 『미합중국만세』하고 뛰어 들었다.이윽고 한국사람이 일어서서 『대한민국만세』하고 외치면서 옆에 있던 일본사람을 차버렸다.
△과속으로 달리던 차가 교통경찰관에게 걸렸다. 운전사-『제가 너무 빨리 달렸나보죠?』 경찰관 『천만예요. 너무 늦게 비행하신 거죠.』
△1백인의 전경에게 물었다. 『요즘에도 최루탄을 그렇게 많이 씁니까?』 『적게 쓰면 맛이 나나 맛이!』『갑자기 줄이려니 영-』
서 교수는 『지난해의 시리즈는 84, 85년에 비해 성적인 면이 짙어지고 기존질서에 대한 잔인할 정도의 파괴적 심리를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의 조사내용은 3월초 『수수께끼별곡』 (범조사 간)으로 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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