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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사청, 록히드마틴에 7400억원 특혜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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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방위사업청이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제공받기로 한 군 통신위성의 인도 시기를 아무런 대가 없이 늦춰 줘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적으로 사업이 지연되면 추가 이행금 등을 받아야 하는데 방사청이 이를 면제해 준 것이다. 16일 군 관계자는 “록히드마틴 측의 사정으로 군 통신위성 인도 시점이 1년6개월가량 늦춰졌는데 방사청장이 아무런 페널티도 부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방사청이 올린 관련 안건이 그대로 통과됐다.

군 통신위성 지연 위약금 안 받아
방사청 “청장 권한으로 납기 연장”
새누리당도 “굴욕적 협상” 반발

방사청은 2014년 F-35A를 도입하는 FX 사업(사업비 7조3000억원)을 추진하면서 군 통신위성 1개와 25개 기술을 절충교역 방식으로 이전받기로 했다. 절충교역은 정부 간 무기 거래(FMS)에서 추가적으로 군용물자나 기술을 무상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방사청이 록히드마틴과 체결한 절충교역 합의각서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21억3000만 달러(약 2조4900억원) 상당의 군 통신위성을 2018년 3월까지 방사청에 인도해야 한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 록히드마틴은 군 통신위성 제작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더 들어간다며 방사청에 위성을 제공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록히드마틴은 위성 비용의 공동 부담을 요구했다. 방사청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위성 가격의 10%인 2300억원가량을 위약금으로 지불하겠다고도 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미 정부가 이례적으로 중재에 나서 군 통신위성 납기를 1년6개월 연장하는 방안이 제시됐고, 방사청이 이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청 절충교역 지침 27조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이 위성 납기를 1년6개월 늦출 경우 현시점으로 계산하면 최대 위성 가격의 30%인 7400억원을 추가 이행금으로 내야 한다. 방사청 김시철 대변인은 "군 통신위성 추진의 시급성·경제성 등 국익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 부과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페널티 면제 관련 규정이 불분명해 해석권을 갖고 있는 방사청장의 권한으로 록히드마틴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이철규 의원은 “7000억원이 넘는 페널티를 면제해 준 것은 지나친 특혜이자 굴욕적인 협상”이라며 “규정과 지침대로 사업 지연에 따른 페널티를 분명히 받아 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15일 “최순실씨가 록히드마틴과 결탁해 한국 정부의 무기 계약 체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 동기다.

◆기밀 유출 혐의 방사청 압수수색

검찰은 15일 방사청 계약관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군 관계자는 “2011년 방사청의 KF-16 전투기 성능 개량 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영국 방산업체에 기밀이 대량 유출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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