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학교 안 가도 우수상…교사는 급우들 항의 묵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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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 때의 최순실과 정유라

독일 생활 때의 최순실과 정유라

최순실(60·구속)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서울 청담고에서 고3으로 재학 중 수업에 나온 날은 17일(전체 수업일수의 8.8%)이었다. 그런데도 졸업해 이화여대에 승마특기자로 입학했다. 정씨가 고교 재학 당시 학교 수업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수행평가 점수는 만점을 받아 교과 우수상도 두 번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청담고와 정씨의 졸업 중학교인 선화예술학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시교육청 측은 학교의 학사 관리 기록과 승마협회 대회 일정, 법무부 출입국 기록을 대조했으며,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정씨에 대해 고교 졸업을 취소할 방침이다. 고교 졸업이 취소되면 이화여대 입학도 자연스럽게 취소 조치된다.

시교육청 감사 결과 정씨는 고2였던 2013년 국내 대회(이용문장군배 전국승마대회)에 참석한다고 학교에 알린 뒤 대회 기간 동안 해외로 5일간 출국했다. 고1·2 때 국내에서 열린 5개 대회엔 학교장의 승인도 받지 않고 대회에 나갔는데도 학교 측은 무단결석이 아니라 출석으로 처리했다. 통상적으로 체육특기생이 대회 출전이나 훈련 등으로 결석해 출석 인정을 받으려면 보충학습 결과물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정씨의 경우 보충학습 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날만 고3 때 141일이었다.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 발표
국내대회 나간다며 해외 출국
고2 때 “나는 갈 대학 정해져 있다”
최순실, 체육교사에게 돈봉투

고2 때 동창생에 따르면 정씨는 “나는 대학이 다 정해져 있어 학교도 열심히 안 나온다. 공부할 필요도 없고 잠자느라고 학교에 안 나왔다”고 말했다. 정씨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돼 있는 봉사활동 내역도 허위였다. 고1 때인 2012년 12월 승마협회에서 ‘마필 관리, 마구 관리 및 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고 돼 있으나 이 기간 동안 해외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출석은 물론 학생부 기재 내용이 허위로 드러난 것은 학교 측의 방조가 있어 가능했다. 학교에 거의 출석하지 않은 정씨가 2학년 2학기와 3학년 2학기에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아 체육 교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당시 국어 담당 교사가 정씨에게 수행평가 만점을 주자 같은 학급 학생들이 항의했는데도 담당 교사는 이를 묵살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고2·3 당시 체육 교과 교사는 체육 수업에 오지 않은 정씨에 대해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주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정씨에 대한 출석과 성적 특혜의 원인으로 최순실씨의 영향력을 꼽았다. 이번 감사에서 최씨가 교사에게 돈 봉투를 제공한 사실도 확인했다. 청담고의 체육부장으로 재직하던 한 교사가 최씨에게 30만원이 들어 있는 돈 봉투를 받았고, 이를 다른 교사와 나눠 쓰려다 거절당한 것으로 교육청이 확인했다. 이외에도 최씨가 교사에게 금품을 증여하려 세 차례 시도했으나 해당 교원이 모두 거절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정씨에 대한 출석 특혜는 중학교 재학 중에도 있었다. 선화예술학교 재학 때에도 학교장 승인 없이 무단으로 대회에 출전하거나 해외에 있는데도 출석 처리됐다. 이런 식으로 결석이 아닌 출석으로 처리된 일수가 10일로 조사됐다.

시교육청은 현재 고문 변호사를 통해 정씨의 청담고 졸업 취소 가능 여부를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한 금품 수수와 관련된 교사 등을 수사기관에 고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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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졸업 취소에 필요한 객관적 근거를 충분히 확보한 상황이라 한 번이 아니라 두 번도 졸업 취소가 가능하다. 법적 다툼에 휘말리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를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이 취임할 당시 정씨가 고3 재학 중이었으며, 청담고 교감은 이후 시교육청의 장학관으로 재직 중이다. 조 교육감이 고교의 학사 관리 소홀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교육청 감사팀은 “장학관 역시 재임 기간과 정유라의 재학 기간이 겹쳐 감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박형수·정현진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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