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청와대 “대통령 서면조사가 원칙, 횟수는 최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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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사태와 관련해 일단 시간을 버는 데 집중했다. 최순실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최종적 입장 표명이 될 가능성이 큰 3차 대국민담화는 검찰 조사 이후로 미뤘다.

한 참모는 “아직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디서 무슨 얘기가 터져 나올지 모른다”며 “일단 수사 결과의 큰 가닥이 잡히고 나면 박 대통령이 법적·정치적 책임과 향후 정국 수습책에 대한 입장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참모는 또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사안별로 여러 번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여러 사안을 한꺼번에 일괄적으로 조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검찰 조사 시기를 뒤로 늦춰야 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도 이날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유 변호사는 “모든 의혹이 정리되는 시점에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이 임기 중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에 직무 수행에 지장이 안 되도록 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며 “원칙적으로 서면조사가 바람직하고, 부득이하게 대면조사를 하게 될 경우 그 횟수를 최소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16일에 조사받지 않겠다는 것인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내가 변호인으로 어제(14일) 선임됐다. 내가 그렇게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지금까지 나온 언론 보도만 훑어봐도 일주일은 넘게 걸린다.”
다음주에는 되나.
“지금은 확답하기 어렵다.”
수사 마지막에 불러달라는 건가.
“ 준비가 되면 그 전에도 응할 수 있다.”
대통령과 수사 시점에 대해 얘기는 해봤나.
“얘기를 나눴다고까지만 말씀드리겠다.”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기존 뜻을 번복하는 건가.
“그런 것이 아니다. 일반 참고인도 소환 일정을 조정하는데 국가원수의 일정을 검찰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면이 있다.”
검찰은 수사를 해 보니 지금이 대통령을 조사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검찰 수사가 완결됐다고 말할 수 있나? 변호인으로서 지금 적절한 시점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의혹이 다 규명되고 조사를 받으려면 수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수사가 최종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조사받아야 한다.”
대통령이 의혹의 중심에 있는데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조사받는 것이 맞나.
“의혹의 중심이라는 데에 동의 못한다.”
대통령의 ‘여자로서의 사생활’ 발언은 무슨 뜻인가.
“추후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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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심경과 관련해 “개인적 부덕의 소치로 주변 사람을 관리 못해 엄청난 국정 혼란을 초래했고 이에 대한 국민의 질책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고, 그로 인해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았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사 비용은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아니라 박 대통령의 사비(私費)로 지출한다.

◆유영하(54) 변호사는 누구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변호를 맡게 된 그는 박 대통령의 숨은 측근 중 한 명이다. 과거 박 대통령이 유 변호사의 집들이에 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사적으로 가까운 관계다. 인천지검 검사 출신이다. 2004년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BBK사건 조사를 위해 비밀리에 미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경준씨를 만났을 정도로 박 대통령에게 강한 충성심을 보였다. 박 대통령도 2012년 총선 때 유 변호사가 경기도 군포에 출마하자 전국에서 유일하게 군포만 세 번이나 지원 유세를 했을 정도로 각별히 챙겼다. 지난 4월 총선 때는 송파구청장 출신 비박계 김영순 후보를 제치고 서울 송파을에 공천을 받았다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직인을 갖고 부산에 내려가 버린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인해 출마가 무산됐다. 해당 지역이 새누리당 무공천 지역으로 바뀌면서 출마 자체가 봉쇄됐다.

김정하·김나한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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