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기업 중공진출에 찬바람|이념투쟁으로 개방정책에 암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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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반 부르좌 자유주의 사상운동을 둘러싼 중공지도부 내의 심각한 이념투쟁이 이제는 중공진출 해외기업들에 거센 찬바람을 몰아오고 있다.
지난 연말 중공전역을 휘몰아친 대학가 시위를 시발로 내연하고 있는 당내 개혁파-보수파간의 권력투쟁이 한동안 치닫던 경제개혁 및 개방정책의 전도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정책의 미풍을 타고 방대한 중공시장의 광맥을 찾아 중공에 진출한 해외투자가들의 노다지 꿈이 한달 전 대학가 시위로 심상찮은 굴절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중공 보수파가운데 한사람인 이붕부 수상은 최근『기존계약이 취소되거나 재 계약될 것에 대비, 해외투자자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라』 고 경고한바 있다.
더우기 중공시장의 잠재력에 편승해 그간 많은 돈을 투자한 기존투자가들도 기대와는 달리 중공시장이 정작 이윤이 크게 남는 시장만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간파, 미몽에서 깨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까다로와지고 있는 중공의 법규는 그 동안 숱하게 지적돼온 경직성·폐쇄성 등과 겹쳐 10억 인구의 중공경제에 대한 투자전망을 더욱 흐리게 하고있다는 것이 외국투자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경제전문가는『차차 서구인들은 중공시장이 그 잠재력도 허약할뿐더러 부유한 나라도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고 지적, 중공시장 진출은 당분간 환상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이어 『모두들 향후 6개월 안에는 어떤 외국회사들도 신규계약을 체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중공에서 사업을 벌이는 것은 곧 중공이 요구하고있는 법규를 준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 이로 인해 외국투자가들이 초창기보다 투자를 꺼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중공에 대한해외투자액은 절반이 감소된33억 달러에 불과한 반면 해외차관은 69억3천만달러로 2배나 늘어났다.
특히 대다수 분석가들은 시장진출에 따른 중공 경제구조의 조악성과 과거와는 크게 변모된 중공 시장내 여건에 주목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황폐한 중공산업구조, 비합리적인 수송망, 해묵은 노동자들의 태만과 비능률을 들어 중공경제의 조악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또 다른 이들은 서구식의 경영기법을 원용하려 할뿐 실질적인 거래에는 딴전을 부리는 중공인의 영악함을 성토하기도 한다.
또 대다수 서구인들은 중공인들이 차관상환에 인색하다고 지적하면서 기일도래시 이들은 흔히 『행정적인 착오나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지연변명을 늘어놓기 일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손해를 입은 외국인 회사들의 볼멘소리가 늘고있는 실정인데 한 외국인회사간부는 해가 갈수록 수익마진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계약을 체결하기도전에 손해를 보는 일이 허다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는 특히 『설상가상으로 계약이 체결된 뒤에도 그들은 약정된 생산기일을 어기는 경우가 많다』며 중공인들의 직업적 양심의 결여를 탓했다.
게다가 한 전문가는 『중공인들은 어느 날은「당신(해외투자가)이 최고」라고 하며 돌려보냈다가 그 다음날엔 이내 「당신에겐 기회가 없다」고 따돌리는 비상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고 꼬집고 있다. 그는 그 예로 계약체결약속을 받고서는 마지막 순간에 거절당해 결국은 알거지 신세로 돌아갔던 한 프랑스회사 대표를 들었다.
이와 함께 계약체결 등을 둘러싼 중공인들의 늑장처리에 대한 비난도 속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입찰하나에 10개월이 걸리거나 협상타결에 수년을 끄는 등의 방법을 동원, 외국인들로부터 막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도록 유도하고있다고 비난했다.
어쨌든 노다지를 캐기 위해 중공을 찾았던 외국투자가들은 서서히 또는 급속히 그 꿈에서 깨어나고 있는 셈이다. 【북경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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