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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동종업종만 골라 M&A ‘승자의 저주’ 뛰어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승자의 저주’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나의 전문 분야(맥주)에 집중, 기초 체력을 키우면서 국내→해외 순의 단계적 인수합병(M&A)으로 세계 1위에 오른 AB인베브가 힌트를 준다. 이 회사는 최대 주주 호르헤 파울루 레만(77)이 1989년 인수한 브라질의 ‘브라마’라는 맥주회사가 모태다.

세계 1위 맥주회사 AB인베브

브라마는 사업이 안정될수록 동종업계 기업을 하나씩 인수하는 맥주 ‘올인’ 전략을 썼다. 사업 확장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되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는 키우려 했다. 인수한 기업의 예산 편성 땐 매년 모든 항목을 재검토하는 제로베이스 방식을 도입, 비용 절감과 실적 개선에 나섰다. 99년 ‘안타르치카’ 인수(브라질 사상 최대 M&A)로 본궤도에 오른 뒤엔 해외로 영역을 넓혔다. 2004년 독일 ‘벡스’ 등의 맥주 브랜드를 보유한 벨기에 1위 ‘인터브루’와 합병했다. 2008년엔 520억 달러에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미국의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해 세계 1위 맥주 업체로 도약했지만 큰 빚을 지고 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이에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자회사를 2009년 23억 달러에 매각하는 등 맥주와 무관하거나 중요도가 떨어지는 회사를 팔면서 극복에 나섰다. 경기 침체에도 세계 맥주 시장은 나날이 팽창해 회사 전략에 부응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AB인베브의 주가는 최근 5년간 57달러대에서 107달러대로 두 배가 됐다. 지난해는 세계 2위인 영국 ‘사브밀러’를 세계 M&A 사상 세 번째로 큰 금액인 690억 파운드(약 120조원)에 인수하면서 글로벌 맥주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섰다. 현재 보유 브랜드만 200여 개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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