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본선 티켓 잡아라" 16 대 1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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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대회 통합예선전이 7월 29일 한국기원에서 시작됐다. 삼성화재배는 각국의 기사들이 자유경쟁으로 본선진출권을 다투는 세계 유일의 오픈대회다. 아마추어든 무명기사든 실력만 있으면 우승컵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래서 삼성화재배는 본선시드를 받지 못했거나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기사들에겐 하나의 기회이자 축제의 장이 된다. 이번 대회 경쟁률은 16.6대1. 한.중.일.대만.미국 등 5개국에서 모두 2백66명이 출전해 이중 16명이 본선에 올라간다.

한국은 1백70명이 출전해 참가자 수에서는 단연 1위다. 그러나 본선에 오르는 숫자에서는 중국에 뒤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지난해 랭킹 1-40위의 기사 36명이 출전해 10명이 본선에 오르는 놀라운 기량을 과시했다.

중국은 올해도 최근 랭킹1위로 뛰어오른 구리(古力)7단, 랭킹2위 저우허양(周鶴洋)9단, 신인왕 쿵제(孔杰)7단 등 32명의 최정예부대가 출전했다. 이들 유명기사들은 모두 3회전(8월 1일)에 진출했다.

지난해 70여명을 파견했으나 단 한명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던 일본은 이번에도 49명의 젊은 기사들이 출전했다. 다카오 신지(高尾神路)8단, 고노린(河野臨)7단, 판산치(藩善琪)6단 등 유망주들이 모두 나섰고 한국의 유시훈9단과 서양 최초의 9단인 마이클 레드먼드9단도 일본 선수단으로 참가했다. 이중 판산치6단은 한국의 신예 김형환초단에게 져 탈락했다.

대만은 11명이나 왔는데 최강자인 저우준쉰(周俊勳)9단만이 본선진출 가능성이 있을 뿐 나머지 기사들은 공부차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들보다는 오히려 어렵게 출전권을 얻은 아마추어 3명(이강욱.서중휘.하성봉)의 활약이 더 관심거리다. 이중 이강욱아마7단은 윤기현9단을 꺾고 3회전에 나섰다.

대회는 16개조로 나뉘어 치러지고 있고 오직 우승자만이 본선에 나갈 수 있다. '죽음의 조'는 단연 F조. 서봉수9단과 최명훈8단, 그리고 승률1위를 달리는 신예강자 김주호3단에다 중국의 최강자 구리7단과 신예강호 팡제(方捷)7단, 그리고 일본과 한국의 젊은 강자들이 운집해 본선에 오르려면 타이틀 하나 따기보다 더 힘든 첩첩산중을 거쳐야 한다.

이 F조에선 벌써 이변이 일어나 서봉수9단이 일본의 신예 다카이 다케시(武井孝志)5단에게, 최명훈8단은 박진솔초단에게 각각 패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예선전은 7월 31일까지 2회전을 끝내고 8월 1일 3회전, 2일 4회전, 4일 5회전이 치러진다. 5연승을 거둬야 본선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본선은 8월 하순에 시작된다. 이창호9단 등 타이틀 보유자들은 시드를 받아 본선에서 기다리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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