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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국민연금 받는 때 늦추면서 가입 상한 연령은 59세 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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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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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려면 보험료를 많이 내는 것보다 1년이라도 더 오래 가입하는 게 중요하다. 소득이 낮을수록(보험료가 적을수록) 수익비가 높게 설계돼 있어서다. 국민연금에는 민영연금과 달리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을 돕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하게 들어 있다. 60세 이후에 소득 활동을 하면 연금보험료를 내는 게 좋다. 그런데 지금은 만 59세까지만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돼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65세까지 늦춰지는 데도 가입 상한 연령은 59세로 묶여 있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의무 가입 연령을 올리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최근 한국연금학회 정기 세미나에서 ‘연금제도 가입 연령과 지급 연령의 개선 방향’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런 제안을 내놨다. 이 실장은 “국민연금 지급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리면서 가입 상한 연령을 59세로 고정하는 바람에 연금액을 늘릴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61세, 2018년 62세부터 받아
2033년엔 65세로 격차 점점 벌어져
“더 넣어 연금액 늘릴 기회 박탈
상한 연령도 함께 올려 공백 없애야”
“체납, 연금기금 적자 늘 것” 반론도

1998년 제1차 연금개혁 때 만 60세이던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올렸다. 2013년 61세, 2018년 62세, 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마다 한 살씩 올라간다.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 재정이 불안정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의무 가입 연령(59세)은 손대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국민연금=세금’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손댈 엄두를 못 냈다. 그러다 보니 2013년 가입 연령과 수령 연령이 1년 벌어졌고, 이 격차가 점점 커져 2033년엔 5년까지 벌어진다.

대다수 선진국은 의무 가입이 끝나자마자 연금 수령이 시작된다. 핀란드·벨기에에선 64세까지 의무 가입하고 65세에 연금이 나온다. 한국처럼 격차가 나는 나라는 일본·미국 정도다. 한국은 59세 이후엔 여력이 있는 사람만 가입한다. 또 연금 수령에 필요한 최소 가입 기간(10년)을 못 채운 사람들이 할 수 없이 가입한다. 이들을 ‘임의 계속가입자’라고 부르는데, 의무 가입이 아니다 보니 임의로 가입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60세 넘어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연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가입할 경우 회사가 보험료 절반을 내주지 않아 본인이 다 내야 한다. 그런데 60~64세 취업 인구가 적지 않다. 올 1월 현재 60~64세 인구의 56.2%(약 160만 명)가 취업해 있다. 55~59세 고용률(69.1%)에 비해 크게 낮지 않다.

이 실장은 “60세 이상이 일손을 놓고 있으면 모를까 50대 후반과 크게 차이가 없다”며 “수령 개시 연령 상향에 맞춰 의무 가입 연령을 올리되 직장 가입자부터 먼저 적용하고 자영업 종사자는 시기를 두고 시행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1956년생(월 소득 210만원)이 59세까지 20년 가입했다면 61세에 70만8410원의 연금을 받는다. 만약 60세에 1년 의무 가입하면 73만1760원으로 증가한다. 1년 치 보험료(113만4000원, 본인 부담 기준)를 내고 560만원(20년 수령 가정)을 받게 된다. 회사 부담을 포함해도 보험료 부담(226만8000원)보다 이득이 더 크다.

연금 재정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가입 상한 연령을 순차적으로 64세까지 높이면 가입자가 최고 232만 명, 수령자는 92만 명(2045년) 증가한다. 또 보험료 추가 수입보다 연금 지출이 더 커진다. 이로 인해 연금기금 적자 시작이 2043년(당초 2044년)으로, 고갈 시점이 2059년(2060년)으로 각각 1년 당겨진다.

보건복지부는 연령 상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호원 복지부 연금정책과장은 “한국의 고령자는 소득과 고용 절벽 문제를 안고 있어 60~64세 강제 가입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당장 생계를 해결해야 할 판에 강제한다고 해서 가입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고, 반발만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춘숙 의원실 박상현 비서관도 “60세까지 일하기도 어렵고 60대 비정규직이 많은 상황에서 의무 가입 연령을 올리면 체납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대신 임의계속가입제도를 확대하는 게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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