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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냐, 고속鐵이냐…日 '하늘과 땅 대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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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하늘과 땅의 대격전-. 일본의 항공사들과 신칸센(新幹線)이 10월 1일 신칸센의 도쿄 시나가와(品川)역 개설을 계기로 승객 확보를 위한 치열한 쟁탈전에 돌입했다.

신칸센 운행 주체인 JR(Japan Railroad)은 지난달 30일 "시나가와역 개설에 맞춰 신칸센 최고속 열차인 '노조미'의 운행 편수를 배로 늘리고 지정석의 운임을 5%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또 노조미보다 한 급 아래인 '히카리' 이하에만 있던 자유석을 노조미에도 3량가량 만들어 '히카리 자유석'과 같은 낮은 운임으로 노조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간'으로 승부를 걸려는 항공사에 맞서 최고속 열차인 '노조미'를 대량 배치하는 전략이다.

JR의 이번 발표로 승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도쿄~신오사카 구간에는 노조미가 하루 상하행선 1백37편 배치된다. 상하행선 어느 쪽이건 평균 20분에 한 대꼴로, 피크 시간대는 10분에 한 대꼴로 운행된다. 또 신오사카~규슈(九州) 하카타(博多)구간의 오카야마(岡山).히로시마(廣島)역도 정차 편수가 배로 늘어난다.

오사카까지 1시간이면 도착하는 항공기편에 비해 시간은 배 이상 걸리지만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가격도 전 구간에서 5% 낮췄다.

신칸센이 구간별로 부분적으로 운임을 할인한 적은 있지만 전 구간에서 요금을 인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월 1일부터는 탑승 일주일 전까지 표를 구입하면 할인폭을 13%로 확대할 방침이다.

항공기 요금 규제가 완화된 1996년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항공기에 시장을 야금야금 빼앗기며 일부 구간에서는 항공기에 추월까지 당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자 신칸센이 승부를 걸고 나온 것이다.

신칸센의 승부수에 항공사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일본항공(JAL) 계열인 JAS와 전일본공수(全日空.ANA)도 31일 "9월부터 도쿄~오사카, 도쿄~오카야마, 도쿄~히로시마의 세 노선을 '노조미와의 격전지'로 간주하고 이 구간의 운임을 6%에서 최대 24%까지 인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보통 하반기 가격 조정은 10월에 해왔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가격 인하를 서두른 것이다.

올 상반기 이라크전쟁과 사스의 영향으로 국제선을 중심으로 승객이 크게 주는 바람에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항공사들이지만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 신칸센의 가격인하 전략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늘과 땅의 한판승부에서 이기는 쪽이 상당 기간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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