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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 국회 총리추천 거부…여당 “트럼프 쓰나미 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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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이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제안한 국회의 국무총리 후보 추천 요청을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거부했다. 야 3당은 또 주말인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국민총궐기집회’에도 당 차원에서 참여키로 했다.

“대통령 외치·내치 손 떼고 2선 후퇴”
야3당, 주말 집회 당 차원 참여키로
“대통령 알몸으로 세우겠다는 거냐”
정진석, 자꾸 말 바꾸는 야당에 반발
전문가 “야권도 구체적 플랜 내놔야”

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해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하고, 강력한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및 별도 특검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최순실 사태의 수습책으로 나온 책임총리 인선을 놓고 청와대와 야권 간에 핑퐁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결국 ‘2선 후퇴’가 걸림돌=야 3당 대표가 박 대통령의 제안을 일축한 이유는 2선 후퇴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추 대표는 회동에서 “박 대통령의 요청은 2선 후퇴도, 퇴진도 아니고 그냥 (사태를) 눈감아 달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정에서 한시바삐 손을 떼고 국회 추천 총리에게 권한을 넘기겠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내치든 외치든 자격이 없다. (내치냐 외치냐) 세세한 권한을 따질 때도 아니다”고 말했다.

야권이 요구하는 2선 후퇴의 의미가 ‘외치·내치’ 모두 손을 떼라는 것임을 분명히 한 발언이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2선 후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회피하며 야당에 공을 떠넘기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3당 대표 회담에 앞서 청와대 배성례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전날) 말씀은 내각 통할권,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 모두를 총리가 강력하게 행사하도록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2선 후퇴를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것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2선 후퇴란 건 법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말인데 대통령이 말로 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며 “거국내각 총리가 사실상 내치를 총괄하면 박 대통령은 자연스레 2선으로 물러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자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에게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소집 결과를 보고받고 “향후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발전을 돈독히 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외교안보 부처는 오늘 NSC 상임위 논의 결과를 기초로 미 차기 행정부와 한·미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발전시켜 나가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외치에 해당하는 활동을 한 셈이다. 한 청와대 참모는 “야당 요구대로라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통화도 하지 말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여당 “자고 나면 새로운 조건”=지난 7일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후보자를 대통령이 지명하고 전권을 주면 된다”며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고집하지 말고 이것만 받으면 퇴진 투쟁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카드를 수용하고 내각통할권을 약속했으나 야권은 거리로 나가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면서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2선 후퇴 요구와 퇴진 투쟁 참여에 대해 “대통령을 알몸으로 세우겠다는 것”(정진석 원내대표)이라고 반발했다. 정 원내대표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돼 대한민국에 쓰나미가 올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인데 야당은 어떤 책임의식도 없다”며 “국가원수로서의 기능까지 내놓으라는 것은 위헌이자 하야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개헌, 특검, 책임총리와 거국내각 등을 모두 (야당 요구대로) 수용했지만 야당은 그때마다 말을 바꾼다”며 “이번에는 김병준 총리 후보자 철회 요구를 수용했는데도 ‘2선 후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몽니를 부린다”고 비판했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대선 등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만큼 여권은 더 이상 장외에서 계속 이슈가 되도록 둬선 안 되고, 내려놓을 건 내려놓으면서 체제 정비를 빨리 해야 할 것”이라며 “야권도 구체적인 플랜을 갖고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운·박유미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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