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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먹고 말하고"…생존의 최전방 창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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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갓난아이가 태어나서 제일 먼저할수 있는 자발적 행위는 우는것과 젖을 빠는 일이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몸에 붙이고 나오는 본능적인 이 행위는 그것이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체의 모든 기관이 하나같이 중요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처럼 먹는 행위의 츨발점이 되는 입이 이번 탐험의 대상이다.
입을 말할 때 가장 앞에 와야할 것은 역시 이(치아).
치조골에 의지해서 뻗어나온 이는 음식물이 들어오면 최초로 씹어 분쇄하는 기능 으로 소화기관의 기능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한사람의 치아가 평생동안 처리하는 음식물의 양은8t트럭 2백대분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치아는 구조상 겉부분이 딱딱한 사기질(법랑질), 그 속이 좀 연한 상아질로 되어있고 심부에는 신경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혈액과 림프액이 분포돼 치아가 항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영양을 공급해준다.
한편 치아가 치조골과 맞닿은 밑쪽은 치근막과 아교질로 구성돼 있는데 아교질은 역시 영양공급을 맡고 치근막은 뼈와 치아의 완충역할을 해준다.
만약 이 기능이 없다면 딱딱한 물건을 잘못 씹어 이를 상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게 됐을 것이다.
이는 얼핏보면 단단하고 무뎌서 감각이 전혀 없을 것 같지만 경희대치대병원 최부병원장에 따르면 신체 어느기관보다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신경조직은 온도를 감지하는 것 이외에 씹어야할 대상물체의 두께·강도등을 이가 받는 압력에 따라 치근막을 통해 감지한다.『치아가 감지할수 있는 두께는 수미크론 정도로 민감하고 또한 씹어도 좋은 물질인지 아닌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내는 능력을 갖고있다』는 것이 최원장의 설명이다.
한편 치아는 최고 60kg중의 힘을 가해 물체를 분쇄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이기도 하다. 이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은 원시시대 36개였던 것이 32개로 줄었고 최근에는 28개만 나는 사람도 많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의 식생활이 생식에서 가공식품 쪽으로 차츰 변화하면서 그만큼 치아의 기능이 덜 증요해져 용불용설에 의해 퇴화됐기 때문이라는 것.
또하나 이는 처음부터 만들어져 나온다.
이를 가는 국민학교 제크기 또래 어린이들의 모습이 큰 이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으로 실제로는 정상이다.
최일선 소화기관으로 입의 기능을 무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침(타액) .
양쪽 혀밑과 볼 양쏙부분에 위치한 침샘에서 나오는 침속의 효소는 치아가 씹어 부수는 음식물에 관여해 부드럽게 해줌으로써 식도·위로 이어지는 다음단계 소화를 원활하게 해준다.
서울대치대 최상묵교수(치주과)는 『침은 소화기능뿐 아니라 구강내의 청결업무를 담당하는 위생기능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구강속은 항상 60여종의 각종 세균이 살고 있는데 그중에서 해가 없는 상주균을 제외한 나머지 세균을 공격, 박멸시키는 면역·방어기능을 침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몸전체의 기능이 저하됐을때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을때 구강질환이 빈발하는 이유는 바로 침이 갖고 있는 면역기능도 함께 떨어져 구강속의 세균들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라고.
입을 최일선 소화기관으로 지목할때 치아와 침의 역할만 강조되기 쉽지만 사실상 여러기관이 하나의 유기적인 기능을 분담함으로써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요사이 생활이 나아지면서 식도락이 대두되고 있지만 미각을 맡고 있는 혀와 입천장등의 연조직, 치아의 저작기능에 지렛대 역할을 하는 악관절·악골·저작근도 아주 중요한 기관들이다.
미각기능은 혀에 분포된 미뢰에 신경이 뻗어나와 감지하게 되는데 단순히 「맛있다」「맛없다」의 구별뿐 아니라 단맛·쓴맛·짠맛·신맛을 구별해 「먹는행위」를 결정하고 인체에이롭지 않은 음식물의 배제기능도 수행한다.
입을 얘기할때 또하나 빠뜨릴수 없는 것이 언어기능.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수 있었던 중요한 열쇠를 입은 갖고있다. 성대를 거쳐나온 음이 입술·치아·혀, 기타 여러 구강조직에 의해 미세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져 말이라는 무형의 창조물로 표출돼 의사소통을 하고 문화를 꽃피워온 것이다.
또한 입을 포함한 구강은 사람의 외모를 결정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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