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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앞서 아키노 집권 선제공격|소장장교 반란가담, 현 정부 앞날 험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3일만에 해프닝으로 끝나버린 이번 필리핀의 불발쿠데타 사건은 2월2일로 예정된 신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우익보수세력의 「마지막 도전」으로 분석된다.
이번 쿠데타기도는 「아키노」정부가 작년2월 출범한 이후 가장 폭력적이고 광범위한 우익반란사건이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12명이 죽고 94명이 부상한 지난 22일의「멘디올라교의 비극」사건에 연이어 일어났다는 점에서「아키노」정부가 좌·우익 어느 쪽으로부터도 완전한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2월2일 신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라는 대사를 바로 눈앞에 두고 이 같은 도전들이 발생한 것은 「아키노」정부가 설사 국민투표에서 지지를 획득한다고 해도 그 앞날이 험난하다는 것을 예고해주고 있다.
물론 「아키노」대통령은 어떤 일이 있어도 국민투표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 작년 2월혁명이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정통성 시비에 종지부를 찍고 필리핀민주화작업에 더한층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쿠데타 기도는 이 같은 그녀의「야심」에 대한 마지막 도전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키노」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정치적 도전들이 2월2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일어날것이라고 예상해 왔었다. 왜냐하면 국민투표를 통해 「아키노」대통령이 지지를 획득하면 그것은 곧 「아키노」대통령의 임기가 92년까지 확고하게 보장받고 「아키노」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견고해 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쿠데타기도는 「마르코스」전대통렁을 지지하는 일부 군부세력에 의해 일어났다. 이것은 바로 군부내에「마르코스」지지세력이 아직 잔존해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작년7월「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났던 마닐라호텔 점거반란사건 때 가담했던「마르코스」파 군부세력중 일부가 이번 쿠데타기도에 또 다시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아키노」대통령 측근에서는 작년7월의 반란사건 때 「아키노」대통령이단호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관용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번 쿠데타기도사건이 또 다시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작년 7월 반란사건이 진압된 후 주모자들조차 1명도 처벌을 받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쿠데타기도가 당시와 다른 것은 이번 쿠데타주동자들이 대부분 「가디안」(수호자)이라는 필리핀군부내 소장장교들의 친목단체 회원들이라는 점이다.
「가디안」은 전군인의 70%를 회원으로 하는 단체로 필리핀군부개혁운동파(RAM) 소속 장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작년7월 「엔릴레」전국방장관 추종자들이 국회의사당 및 방송국을 점령하고 정부전복을 노렸을 때「라모스」군 참모총장 편에 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번 쿠데타기도사건은「아키노」정권에 불만을 품은 일부 소장장교들에 의해 이뤄졌다는데서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이 바로 필리핀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고 보면「아키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산세력과의 화해정책이 이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볼 수있다.
군부세력은 애당초 「아키노」대통령의 국민화해에 바탕을 둔 대공산세력 유화정책에 반대를 표명해 왔었다.
결국「아키노」대통령은 이 같은 군부 등 보수세력의 불만을 설득시켜가면서 18년에 걸친 공산세력과의 내전을 종식시키고 정권안정 및 민주화작업을 추진시켜야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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