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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물시험’ 고입선발고사 폐지 앞둔 전북 고교 해법은?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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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권형

43년간 유지된 전북의 고입선발고사, 일명 '연합고사' 제도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연합고사는 내신을 제외한 유일의 학생의 학습 역량 평가 지표였다. 전북의 평준화·비평준화 지역 일반계고 고입 선발은 70점 만점의 내신, 180점 만점의 연합고사, 총 250점 만점으로 입학 커트라인과 초기 장학생 선발이 결정되었다.

연합고사는 국어(총 30문항)·사회(총 24문항)·미술(총 10문항)·영어(총 26문항)·과학(총 26문항)·음악(총 10문항)·도덕(총 12문항)·수학(총 26문항)·기술·가정(총 16문항) 등 중학교에서 이수한 전 과목을 모든 문제당 1점씩 180점 만점으로 테스트하는 시험이었다. 그러나 2018학년도부터는 중학교 내신 성적과 고교 자체 평가로 고등학교 입학이 결정된다

지난 2015년 3월 9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기자실에서 교육청 관계자가 "전라북도교육청 고입제도 개선 확정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015년 3월 9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기자실에서 교육청 관계자가 "전라북도교육청 고입제도 개선 확정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무용지물 고입 선발고사 폐지

고입 선발고사가 폐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율 저하로 학생 수가 꾸준히 줄어 인문계고 고입 선발 자체가 의미 없어진 것이다. 고입 선발고사의 실효성과 난이도에 대한 의문 역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초창기 고입 선발고사와 함께 뺑뺑이 제도(추첨을 통한 지원자 무작위 선발 제도)를 도입한 것은 각 일반계고에 우수한 인재를 두루 입학시키고, 소위 ‘명문’ 고등학교와 향후 사회에서 학연을 바탕으로 한 ‘라인’을 구성하지 못하게 하는데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특수 목적 고등학교(이하 특목고)가 등장하고, 이명박 정권 시절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일명 자사고)가 우르르 생기며 우수한 학생들이 일반계고가 아닌 상위 고등학교로 빠져 나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자연스럽게 ‘명문’과 ‘학연’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 상황에 일반계고를 진학하려는 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은 전보다 현저히 하락할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라 시험 난이도를 점차 하향 조정 하면서 연합고사 난이도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고입 선발고사를 통해 일반계고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고입 선발고사 난이도에 대해 물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해요? 엄청 쉽죠." (전라고 최OO)

"'하'요. 최하." (한일고 김OO)

"평소 잘해놓고 성실히 하면, 따로 공부 안해도 만점 충분히 받습니다." (전일고 김OO)

"수학 만점 못 받으면 일반계 오면 안 돼요. 진짜로." (전북여고 정OO)

"저 일주일 공부해서 170 넘겼어요." (기전여고 박OO)

"아니 그 시험을 왜 보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전주고 이OO)

"170 넘는 애가 반에 2명은 될 걸요." (영생고 황OO)

조사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연합고사를 ‘쉬운 시험’, ‘열심히 하면 충분히 좋은 점수 나오는 시험’, ‘물시험’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즉, 고입 선발고사는 학생들의 ‘수준 변별’을 전혀 하지 못하는 시험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전주에는 상산고 외에는 상위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자사고가 없다. 베리타스알파가 올초 집계한 2016년 서울대 등록자수(2월 23일자 기준) 통계를 보면 상산고가 57명으로 압도적이다. 전주한일고(일반/평준)가 4명, 전주제일고(일반/과학중점고) 3명, 전주고(일반/평준)·전주해성고(일반/평준)·호남제일고(일반/평준)가 2명, 동암고(일반/평준)·전일고(일반/평준)·전주신흥고(일반/평준)·전주중앙여고(일반/평준)·한국전통문화고(일반/자율전국)가 각 1명씩이다. 전북 전체의 서울대 등록자 수(106명)를 따져도 상산고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물론 서울대 진학 실적으로만 학교를 평가할 순 없겠지만, 누가 보아도 심한 불균형임은 확실하다.

일반고임에도 서울대 진학 실적을 낸 전주고는 교내수학경시대회가 어렵기로 악명 높다. 2시간동안 8문제를 푸는 올림피아드 형식의 시험이다. 동암고는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 첫 주에 3번의 시험을 친다. 유명무실한 고입선발고사, 그 마저도 폐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고의 살 길은 무엇일까. 일반계고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글=이권형(상산고 1)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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