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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이상 원로문인들 창작정열 끝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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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문단은 정초 원로작가 이주홍·손소희씨등의 잇단 별세소식에 전했다. 한국의 신문학사를 개척한 이광수·최남선등을 우리문학사의 1세대라고 한다면 고인과 함께 김동리·황순원·서정주등 70대이상의 문인들은 제2세대에 해당한다. 60년대 이후 제2세대에 해당하는 많은 문인들이 타계했지만 이제 70, 80대의 고령에 접어든 대부분의 원로작가들은 아직도 젊은측에 못지않는 문단·문학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근황을 살펴본다.
한국의 대표작가라고 할수 있는 김동리씨(74)는 35년 데뷔이후 『무녀도』『사반의 십자가』 등 많은 작품을 내놓았으나 78년 장편 『을화』, 79년 단편 『저승새』를 발표한 뒤로 소설은 거의 집필하지 않고있다.
대신 시·수필·문단회고담등을 간간이 문예지에 발표하고 있으며 84년에는 지난45년간 쓴 시를 모아 시집 『패랭이 꽃』을 발간하는등 오히려 시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손소희씨를 상배한뒤 그 슬픔을 딛고 「이승과 저승의 윤회」를 주제로한 중편소설을 구성, 집필하고 있다.
『화사집』 『귀촉도』 『신라초』 등의 시집으로 널리 알려진 서정주씨(73)는 86년 『솔로몬의 바다』(한국문학1월호) 등 6편의 시를 종합문예지에 발표한것을 비롯해 일역시선집 『신라풍류』를 내놓는다. 또 올1월중순 영역시선집 『안 잊히는 일들』도 발간했다.
지난10월 월간문예지 『문학정신』을 창간해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씨는 장궤양으로 최근 고생중이나 곧 완치될 전망. 『나무들 비탈에 서다』 『일월』 『카인의 후예』등의 소설을 발표했던 황순원씨(72)도 젊은문인 못지않은 건강한 모습으로 집필생활을 하고 있다.
77년이후에 한때 침묵을 지켰으나 84년 단편 『그림자풀이』, 85년 『나의 죽부인전』, 『땅울림』(세계의 문학 겨울호) 등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재개하고있다.
86년부터 올1월까지 월간 『현대문학』지에 「문학적단상」을 4회째 연재하면서 자신의 문학적신념과 예술세계, 생활의 모습등을 진솔하게 밝혀 문단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해』 『인간밀림』 등의 시집을 낸 청록파의 마지막 시인인 박두진씨(7l)는 최근들어서도 왕성하게 시작활동을 하고 있다.
86년에는 시선집 『일어서는 바다』를 비롯해 수상집 『그래도 해는 뜬다』 『돌과의 사람』 등을 펴냈으며 올1욀중에는 『박두진시선집』을 간행할 예정이다.
정초에 삭고한 이주홍씨와 함께 부산문단가 대부로 불리는 김정한씨(79)는 고령과 기관지염·당뇨병등의 질환으로 고생하면서도 후배문인들과 늘 자리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부산대·동아대대학원등 두대학에 출강해 후진을 양성했던 김씨는 3월 신학기에는 한군데로 강의를 줄이겠다고 한다.
50년대 『자유부인』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정비석씨(76)는 80년대들어 『손자병법』 『초한지』 등의 연작장편을 펴내면서 30여년만에 다시 전성기를 누리고있다. 현재 두 소설은 84년이후 서점가를 휩쓰는 베스트셀러로 팔러나가고 있으며 정씨는 일간지(한국경제신문)에 연재소설을 집필하는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또 85, 86년에 걸쳐 장편 『여인잔혹사』(전10권)를 펴내는등 놀라운 창작욕을 과시하고 있는 장덕조씨(73)는 우리 문단사에 가장 많은 소설집을 내놓은 작가로 손꼽힌다.
『여인열부』 『민비』 등 모두 1백여권의 저서를 갖고 있는 장씨는 올3월에10권으로 발표했던 장편 『고려사』를 개작, 모두 15권의 대하소설로 집대성할 예정이다.
『와사등』 『기항지』등 30년대 초기모더니즘 시인으로 각광받던 김광균씨(73)는 50년대이후 절필상태가 계속되다가 최근들어 작품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84년에 문예지에 『성북동』 6편의 시를 실었던 김씨는 85년 시집 『신오산』을 펴냈으며 지난해에도 『문학사상』7월호에 『사막도시』등을 발표하는등 문학에의 끝없는 정열을 보이고 있다.
40년대 후기모더니즘시인으로 활약했던 김경린씨(69) 역시 긴 공백기를 거쳐 최근 시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85년 개인시집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서울』을 간행한 것을 비롯해 신시학회를 조직해 각종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다.
『백화』 『하수도공사』 등 1930년대 당시의 현실을 폭넓게 조명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박화성씨(82)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83년부터 85년까지 매년 소설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는 수필 6편만을 발표했다며 87년엔 좋은소설을 집필하겠다고 준비중이다. 『흉가』 『천맥』 등의 소설을 발표했던 최정희씨(81)는 80년 『현대문학』지에 단편 『화투기』를 발표한 이후에 노환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으며 장편산문시 『렌의 연가』 시집 『논개』등으로 잘 알려진 모윤숙씨(78)도 81년 중품으로 쓰러지면서 창작활동은 거의 중단하고 있다.
또 『후처기』 『일상의 모험』 등을 내놓았던 작가 임옥인씨(71)는 75년 뇌즐증으로 쓰러진 이후 10년동안 절필상태였으나 86년에는 전에 발표한 수필회고록등을 모아 『새손을드립니다』 『기도의 항아리』등의 수상록을 펴냈다.
대체로 이들 원로문인들은 건재하며 우리문학의 귀중한 유산을 남기기 위해 여력을 다하고 있으나 적지않은 문인들이 중풍및 노년기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것을 보면 문학가로서 그들의 정신적 고뇌가 얼마나 무거웠나하는 것에 외경을 느끼게한다. <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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