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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도 가세…분노 더 커진 20만 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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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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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여 명(경찰 추산 5만 명)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우주야 도와줘! I하야·U’ ‘이러려고 내가 한국인이 됐나’. 지난 5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각양각색의 피켓들이 등장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준비해 온 항의 도구였다. 광장 인근을 가득 메운 시위대는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엄마를 따라온 어린아이부터 교복 차림 청소년, 대학생, 노인 등 모든 세대가 함께 있었다.

‘이러려고 내가 ○○○이 됐나’
대통령 사과 풍자한 피켓 가득

민주노총 등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추산에 따르면 이날 집회엔 총 20만 명(경찰 추산은 5만 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29일 2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첫 촛불집회보다 참가 인원이 대폭 늘었다. 하루 전 박근혜 대통령이 2차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김지은(24)씨는 “대통령 담화는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일회성 사과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는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도 풍자를 잃지 않았다.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바뀐 애 방 빼!’ 등 시민들이 들고 온 피켓과 현수막 등에는 분노와 해학이 동시에 담겼다. 전날 대국민 사과에서 박 대통령이 한 “이러려고 내가 대통령이 됐나” 발언을 패러디해 대통령 대신 한국인·학생·부모 등 자신의 상황을 넣은 ‘이러려고 내가 OO이 됐나’ 피켓들도 눈에 띄었다.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중·고교생 1000여 명이 모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를 주최한 청소년단체 ‘중고생연대’는 “많은 고등학생이 365일 중 364일을 등교할 때 정유라는 28일만 출석하고 일류 대학에 입학했고 학생들에게 ‘능력이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참여한 조현지(17)양은 “잠 못 자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집회는 큰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사고도 있었다. 오후 7시쯤 종로3가 인근 도로에서 행진하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술에 취한 60대 남성 이모(60)씨로부터 위협을 당했다. 그는 흉기를 가지고 있었다. 노숙자로 밝혀진 이씨는 경찰에서 “시위에 화가 나서”라고 이유를 말했다. 경찰은 특수폭행 혐의로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보수 성향 단체 ‘엄마부대’ 대표 주옥순(53)씨도 “허락 없이 나를 촬영한다”며 여고생 김모(16)양의 얼굴을 때린 혐의(폭행)로 경찰에 입건됐다.

글=남윤서·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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