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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비박계, 7일 재공세 예고…"친박 지도부에 여론 차갑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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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공개 회의를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6시간30분간의 새누리당 의원총회(4일)에서 수적 열세를 확인한 비박계는 7일 강석호 최고위원의 공식 사퇴를 기점으로 재결집하기로 했다. 강 최고위원은 지도부 중 유일한 비박계다.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최순실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모임’(진정모)을 주도하고 있는 오신환 의원은 5일 통화에서 “친박 위주의 공천으로 치러진 4·13 총선 이후 비박의 수적 열세는 예고된 결과였다”며 “친박 지도부에 대한 일반적인 국민 여론이 매우 차갑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1차 사과문 발표 이후, 비박계는 당 지도부에게 공동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의총에서도 비박계의 공개 의총 제안이 소속 의원(129명)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친박계에게 다수결에서 밀려 결국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친박계는 “현 지도부를 뽑아준 28만 명의 당원은 허수아비냐”(박맹우 의원), “좌익세력에게 점령당할 수 있다”(김진태 의원) 등의 발언으로 이 대표를 두둔했다. 이 대표도 “당을 생각하는 충정에서 하신 말(퇴진 요구)로 이해한다”면서도 “거국내각 구성 등을 위한 국회의 일정이 잡혀 있지 않은 상황에선 언제 물러나겠다는 말을 할 수 없다”며 사퇴 거부의 뜻을 다시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예산 심의를 마무리하고 새 내각(거국중립내각)이 자리 잡게 되는 한 달 뒤에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은 비박계에겐 또 다른 악재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당의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버리고 비우지 않으면 국민들이 우리에게 다시는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더라도 수적 우위를 점한 친박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감안한 듯 정 원내대표는 “계파 구도를 고려해서 내가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박계는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하태경 의원은 “정 원내대표 사퇴 전에 이 대표도 사퇴 선언을 하게끔 여론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용 의원은 “당이 더 나락으로 떨어질 곳도 없는 상황이어서, 새 원내대표까지 친박이 차지하더라도 뭐가 더 나빠지겠느냐”며 체념하는 말도 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안종범·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과 ‘문고리 3인방’(정호성·안봉근·이재만)이 사임한 상황에서 이 대표까지 직을 내려놓으면 박 대통령의 자문 역할을 할 사람이 없어져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대통령이 이 대표를 독대(지난달 28일)했다는 것은 그만큼 신임한다는 뜻을 확인해준 게 아니겠느냐”며 “일반 의원 신분으로는 청와대를 드나들 명분이 약하기 때문에 차기 비서진과 내각이 완전히 갖춰지기 전까진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7.2%의 응답자가 “진정성이 없어 대국민 담화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반면 ‘미흡하지만 수용한다’(28%), ‘대국민사과로 받아들이기 충분하다’(9.8%) 등 사실상 박 대통령의 담화를 수용한다는 여론은 38.4%에 달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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