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의사 선생님’…혈당관리부터 운동·식단 처방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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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강원도 양구군에 사는 이상옥(66)씨는 10년 넘게 먹어온 당뇨약을 지난 10월 중순 끊었다. 이씨의 혈당은 300~400㎎/㎗(정상인 100~120㎎/㎗)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양구군이 운영하는 ‘스마트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으면서 125㎎/㎗까지 떨어져 당뇨약을 먹을 필요가 없게 됐다. 이씨는 하루 두 차례씩 혈압과 당뇨수치를 스마트폰 앱에 입력한다. 이 정보는 양구군과 협력을 맺은 ‘스마트 건강생활지원센터’로 실시간 전달된다.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소속 의료진은 이 데이터를 보고 처방을 내린다. 이씨는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건강상태를 금방 체크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인제·양구군 ‘건강생활 개선 사업’
의료사각지대 주민 건강 원격 관리
만성질환자 등 지역민 260명 참여
앱에 혈당 입력하면 의료진이 처방
운동량에 따라 맞춤 식단·운동지도

인제군과 양구군이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인 ‘건강생활 인프라 개선사업’이 농촌 주민 건강관리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양 지역의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 19곳에서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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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강원 양구군 주민들이 보건소에 설치된 건강 원격 관리 스마트 운동기구로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양구군]

대상은 20세 이상 주민이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주민들에게는 ‘스마트 건강관리 서비스’앱이 깔린 스마트폰과 혈당계·혈압계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한 번 등록하면 13주 동안 관리를 받는다. 이후 건강 상태를 확인해 성과가 있으면 지속한다. 현재 참가자는 260여 명인데 입소문이 나면서 느는 추세다. 이 사업은 국비 28억원을 들여 2017년 말까지 시행한 다음 성과가 좋으면 연장할 계획이다.

인제군 남면 신남리 주민 전향옥(57·여)씨도 지난 7월 이 사업에 참여한 뒤 건강상태가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전씨는 복부 비만과 과체중으로 식단까지 관리해야 한다. 전씨는 보건소가 제공한 식판을 사용한다. 식판에 음식을 담고 사진을 찍어 ‘스마트 건강생활지원센터’로 보낸다. 영양사는 사진을 보고 적절한 식단을 짜준다.

또 전씨는 매일 보건소에서 들러 운동기구로 근력 강화 운동도 한다. 전씨가 앱으로 전송하는 운동량을 보고 운동처방사가 조언한다. 그 결과 34.1%였던 체지방은 3개월 만에 32.9%로, 몸무게는 4㎏ 줄었다. 여기에 기초대사량도 1287㎉에서 1306㎉로 올라갔고, 근육량은 22.9㎏에서 23.6㎏으로 늘었다.

전씨는 “영양사와 운동처방사가 어떤 음식을 추가로 섭취하고 어떤 운동을 더 해야 하는 지 정확하게 알려준다”며 “그랬더니 복부비만은 사라지고 몸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보건소의 백선희(43·여) 코디네이터는 “농촌 주민들 상당수가 병원이 멀다는 이유 등으로 만성질환 관리에 소홀하다”며 “이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해 건강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순선 인제군수는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신속히 조치할 수 있어 의료사각지대인 농촌지역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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